수니파 교장은 무사…종파갈등 심화
경찰 복장을 한 무장괴한들이 이라크의 한 초등학교에 난입해 교사들을 살해한 사건이 일어나 충격을 주고 있다.
26일 오후 1시15분께 바그다드 남부 무웰라 지역의 자지라 초등학교에 무장괴한들이 들이닥쳐 막 수업을 끝내고 귀가하려던 교사 5명과 학교 운전기사 등 6명을 빈 교실로 몰아넣은 뒤 총을 쏘아 살해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비비시>는 숨진 이들이 모두 시아파이고, 현장에 있던 수니파 교장은 무사해 점령 이후 심각해진 종파간 갈등이 다시 한번 드러났다고 전했다.
현지 경찰은 교사들이 무참히 살해되는 동안 어린 학생들은 이를 보지 못했다고 발표했으나 <에이피통신> 은 목격자들을 인용해 교사들이 일부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살해됐다고 보도했다.
점령과 저항공격 속에서 극심한 혼란에 빠져있는 이라크에서도 학교나 교사가 공격을 받은 일은 거의 없었다. 이번 사건은 아무런 치안대책도 없는 학교들이 새로운 공격목표가 되는 것 아니냐는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많은 시아파 민간인들이 저항공격으로 희생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시아파 성직자들은 보복하지 말 것을 요구해 왔으나 26일 유명 성직자인 아야톨라 무하마드 야쿠비가 “살해되기 전에 테러리스트들을 죽이라”는 종교 칙령을 발표했다고 <에이피통신>이 보도했다.
오는 10월15일 이라크 헌법안 국민투표를 앞두고 폭력 사태가 끊이지 않고 있다. 수니파들은 헌법안이 사실상 시아파의 독립을 허용하고 수니파의 공직 취임을 막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분쟁 관련 비정부기구인 국제위기그룹(ICS)은 26일 보고서를 발표해 “이라크 헌법이 저항공격에 불을 붙이고 내전 위험을 높이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미국 정부가 나서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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