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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9·11테러범 증언에 또 불거진 사우디 왕가 ‘알카에다 지원설’

등록 2015-02-05 19:33수정 2015-02-05 22:09

종신형 받은 무사위, 법정에 진술서
“빈 라덴 지시로 만든 기부자 명단에
투르키·반다르 왕자 등 포함” 밝혀

9·11위원회 관계자들 “더 조사를”
사우디 정부 “신빙성 없다” 부인
사우디아라비아 왕가가 2001년 9·11 테러를 일으킨 알카에다를 지원했다는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번에는 사우디 왕자들의 이름까지 구체적으로 거론된데다, 9·11 이후 미국에 구성된 ‘미국에 대한 테러공격 국가진상조사위원회’(9·11위원회)에서 활동했던 전 상원의원 등도 사우디의 9·11 테러 연루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진술서를 법원에 제출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9·11 테러에 연루돼 미국에서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모로코계 프랑스인 자카리아스 무사위(47)는 2일 법원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사우디 왕가의 주요 인사들이 테러조직에 자금을 대는 기부자였다’고 밝혔다. 100여쪽에 이르는 무사위의 진술서는 그가 지난해 뉴욕 남부 연방지방법원 판사에게 편지를 보내 스스로 진술하겠다고 밝혀 작성된 것이다. 진술서가 제출된 재판부는 9·11 테러 희생자 가족들이 ‘사우디 정부와 테러의 관련성을 밝혀달라’며 13년째 진행 중인 소송을 맡고 있다.

무사위는 진술서에서 자신이 1998~1999년께 오사마 빈 라덴한테서 기부자 명단을 디지털 자료로 만들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작성한 명단에 당시 사우디 정보국장인 투르키 파이살 사우드 왕자와 주미 대사를 지낸 반다르 빈 술탄 왕자, 억만장자인 알왈리드 빈 탈랄 왕자가 포함돼 있었다고 회고했다. 또 자신이 빈 라덴의 개인 편지를 전달하기 위해 사우디 왕자 등을 만났다고도 말했다.

더욱이 무사위는 주미 사우디 대사관 관계자와 “(미국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 원의 격추 가능성에 대해서도 얘기했다”며, 자신이 워싱턴에서 스팅어 미사일을 발사하고 도망칠 수 있는 장소를 물색하기로 돼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자신이 임무를 수행하기 전에 체포됐다고 밝혔다. 무사위는 9·11 테러 3주 전인 2001년 8월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이민법 위반으로 붙잡혔다. 법정에서 그는 자신이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이 공격당할 것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으며, 정확한 날짜 등은 몰랐다고 주장했다.

9·11위원회의 보고서 작성 당시 의회 공동위원장이었던 밥 그레이엄 전 상원의원과 위원회 활동을 했던 밥 케리 전 상원의원, 존 레이먼 전 해군장관도 2일 “사우디 정부가 9·11 테러를 자행한 범인 몇몇과는 직접적 연관이 있었다고 믿는다”며 사우디 정부와 9·11 테러 관련성을 더 조사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담긴 진술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9·11위원회는 사우디 정부가 알카에다에 자금을 지원한 증거는 없다고 결론 지었다. 하지만 2002년 공개된 832쪽짜리 보고서 가운데 28쪽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대테러 작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기밀로 지정해 아직도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 28쪽이 바로 알카에다와 사우디의 연관성을 시사하고 있다. 그레이엄 전 상원의원은 지난달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에게 이 보고서의 기밀을 해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도 동의했고, 백악관 관계자들은 ‘정부가 관련 부분 공개 여부에 대한 검토에 들어간 상태’라고 말했다고 <뉴욕 타임스>가 전했다.

주미 사우디 대사관은 “무사위는 제정신이 아닌 범죄자로, 그의 말에는 신빙성이 없다”며 9·11 테러 관련성을 전면 부인했다. 전문가들도 빈 라덴이 사우디 국적을 박탈당한 1994년 이후 사우디 왕가가 알카에다를 지원했을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오일달러가 넘쳤던 사우디는 1980~1990년대에 국제 이슬람주의 조직들의 강력한 후원자였다. 사우디 명망가들은 아프가니스탄과 보스니아 등의 이슬람 전사들에게 큰돈을 지원했는데, 지난달 사우디의 새 국왕이 된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드도 ‘큰손’ 가운데 한명이었다. 최근에는 수니파의 맹주인 사우디가 시아파 정권인 시리아의 바샤르 아사드 정권에 맞서는 수니파 반군을 지원하면서 시리아 내전을 악화시켰고, 이슬람국가(IS)를 후원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까지 받고 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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