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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이집트에서 축구란…

등록 2015-02-10 20:22수정 2015-02-10 21:23

‘훌리건’ 난동? 반정부세력 탄압?
또 유혈충돌로 30명 사망 참사
‘훌리건’들이 부른 비극이었나, 반정부 세력으로 찍힌 팬클럽에 대한 탄압이었나?

수십명의 사상자를 낸 8일 이집트 축구장 참사 원인을 둘러싼 논쟁이 이집트를 달구고 있다. 이집트 내무장관은 참사 당일 “표가 없는 사람들이 강제로 경기장에 난입하려고 해 경찰이 막는 과정에서 (사고가) 일어났다”고 했다.

이날 뉴카이로시의 에어디펜스 스타디움에서는 3년 만에 팬들의 경기 관람이 허용된 가운데 인기 프로축구팀 자말레크와 엔피(ENPPI)의 라이벌전이 열릴 예정이었다. 입장을 기다리던 관중 수백명이 늘어선 좁은 통로에 경찰이 최루탄과 새총을 발사했고, 이를 피하려던 사람들이 몰려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목격자들은 티켓을 가진 사람들도 입장이 막혀 철조망 통로에 갇혀 있었다고 전했다. 이집트 정부는 19명이 숨졌다고 발표했으나, 현지 언론들은 많게는 30명까지 희생됐다고 보도했다.

희생자의 대부분은 자말레크의 팬클럽인 울트라스 화이트 나이츠(UWK) 회원이었다. 이 단체는 “계획된 대학살”이라며 “더러운 음모”라는 성명을 냈다. 이들은 “좁은 철조망으로 만든 공간에서 대부분이 죽었는데, 이 철조망은 경기 하루 전에 설치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축구는 이집트에서 가장 인기있는 스포츠다. 스포츠평론가 하산 미스티카위는 “이집트에서는 축구가 국가를 대신한다”고도 표현했다. 오랜 독재정권 아래에서 정치의 자유가 없었던 이집트 청년들은 축구를 통해 불만을 표출하고 해소하며 위안을 찾았다. 실제 그들의 응원가에는 “경기장에서 우리는 고민을 떨친다”는 등의 구절이 자주 등장한다. 2007년 등장한 이 젊은 축구광들은 10대 후반~20대로 맹목적인 지지와 과격성으로 유명하다. 전문가들은 ‘울트라스’로 불리는 이들이 어떤 정치색을 가진 집단이었다기보다 모든 권위에 도전적인 젊은이들이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2011년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을 무너뜨린 ‘아랍의 봄’ 거리에서 ‘동지’들을 잃으며 본격적으로 시위에 앞장섰다. 5000여명의 청년들이 한목소리로 경기장 안팎에서 “민중들은 무바라크의 처형을 원한다”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사회학자 사이드 사데크는 “이들의 하나 된 목소리가 사람들을 북돋았다”고 <알자지라>에 말했다.

2012년에는 알아흘리와 자말레크의 경기 도중 알아흘리 팬 72명이 숨졌는데, 희생자 쪽은 자신들이 ‘아랍의 봄’ 시위에 나섰다가 보복당한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당시 참사가 자말레크 팬들의 소행이라며 프로축구 리그를 2년간 전면 중단시켰던 이집트 정부는 이번 사건 이후 또다시 축구 리그를 무기한 금지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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