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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미국-이라크 티크리트 공세 ‘재앙적 승리’ 되나

등록 2015-03-03 20:14

2일 이슬람국가가 점령하고 있는 티크리트 탈환 작전에 나선 이라크 정부군과 민병대가 살라딘주와 접하고 있는 디얄라주 북부 지역에 자리를 잡고 공격을 퍼붓고 있다.  
 디얄라/AFP 연합뉴스
2일 이슬람국가가 점령하고 있는 티크리트 탈환 작전에 나선 이라크 정부군과 민병대가 살라딘주와 접하고 있는 디얄라주 북부 지역에 자리를 잡고 공격을 퍼붓고 있다. 디얄라/AFP 연합뉴스
시아파 위주 구성 정부군·민병대
갈등 없이 승리 땐 모술도 ‘청신호’
수니파 주민 보복전으로 번지면
종파 갈등 악화로 분쟁 격화 우려
이라크 정부가 티크리트 탈환 작전에 나서면서 이슬람국가(IS)와의 전쟁이 중대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슬람국가 세력을 약화시킬 청신호가 될지, 아니면 수니-시아파 종파 갈등을 부추키는 재앙이 될지 기로에 섰다.

이번 공세의 열쇠는 이라크 정부가 수니파 주민들을 자극하지 않고 티크리트 탈환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느냐다. 종파 갈등을 자극하지 않고 티크리트를 탈환한다면 오는 4~5월로 예고된 모술 탈환 작전 등 향후 이슬람국가와의 전쟁에 순풍이 불게 된다. 반면, 작전 과정에서 수니파 주민들의 공포와 반발을 불러 종파 갈등을 악화시킨다면, 티크리트를 탈환한다 해도 ‘재앙적 승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 정부 쪽은 작전 시작 하루 만인 3일 티크리트 주변 지역들을 탈환했다고 밝혔다고 <비비시>(BBC) 방송이 보도했다. 이번 공세에서 이라크 정부 쪽은 정부군과 민병대 등 약 3만명의 병력과 공군력을 동원했다. 미 공군력의 지원 없이 벌이는 작전으로, 이라크 정부의 독자적 군사력과 작전능력의 시험대이기도 하다. 이번 공세에서 이라크 정부 쪽은 병력과 무장력에서 이슬람국가를 앞서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바그다드에서 북쪽으로 약 150km 떨어진 티크리트는 이슬람국가와의 전쟁에서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요충지다. 이슬람국가가 장악한 이라크 제2도시 모술과 바그다드를 연결하는 중간에 위치해 있다. 티크리트가 탈환되면, 모술로 연결되는 이슬람국가의 보급로는 차단된다.

티크리트는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해 타도한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의 고향이다. 현재 이슬람국가의 군사적 능력을 획기적으로 강화시킨 후세인 시절의 정부군 세력을 비롯한 수니파 세력을 상징하는 도시다. 옛 후세인 정부군 출신들이 주축이 된 수니파 부족 무장세력들은 시아파가 주류인 현 이라크 정부의 종파적 국정운영에 반발해, 지난해부터 이슬람국가에 대거 가담했다. 이런 상황에서 티크리트 탈환 공세를 주도하는 정부군과 민병대가 시아파 일색이어서, 티크리트 내 수니파 주민들의 대응이 주목된다. 이번 작전을 벌이는 정부 쪽 병력 중에도 700~1000명 정도의 수니파 부족 민병대가 참가하고는 있으나, 장식품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이번 공세에는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의 정예군인 혁명수비대의 국외작전 특수부대인 ‘쿠드스’까지 참전했다. 이란 반관영 통신 <파르스>는 쿠드스의 사령관인 카셈 술레이마니가 티크리트 인근 전선에서 부대를 지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 혁명수비대의 참전으로 티크리트 탈환 전투는 시아파 대 수니파의 대회전 양상이 되고 있다. 정부 쪽 병력의 절반을 차지하는 것도 시아파 근본주의 성향의 민병대다.

이슬람국가는 지난해 6월 티크리트를 장악할 때 포로로 잡은 시아파 정부군 병사 1000명 이상을 잔인하게 처형했다. 이번 탈환 작전에서 시아파 일색의 정부 쪽 병력들이 수니파 병사와 주민들을 상대로 잔인한 보복을 벌일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 경우, 이라크 정부 쪽이 전투에서 승리한다고 해도 큰 후폭풍이 예상된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케네스 폴락 연구원은 최근 <뉴욕 타임스> 기고에서 현재 이라크에서 정부 쪽이 거두는 군사적 성과가 정치적 성과, 즉 수니파와 시아파의 화해로 연결되지 않으면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슬람국가 쪽을 지원할 수밖에 없었던 수니파 주민들을 달래지 않은 상태에서 거두는 전투 승리는 오히려 수니파 주민들을 이슬람국가 쪽으로 더 밀착하게 해서 종파분쟁을 격화시킬 것이란 지적이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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