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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기후 변화가 시리아 내전 촉발”

등록 2015-03-03 20:15수정 2015-03-03 20:15

미 기상·지리학자들 논문 발표
가뭄·흉작 탓 농민들 도시 난민화
‘아랍의 봄’ 때 반정부 봉기로 발전
요르단·레바논 등도 분쟁 우려
기후변화가 시리아 내전을 촉발한 주요 원인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의 기상학자와 지리학자들은 2일 시리아 지역의 극심한 가뭄이 2011년 시작된 정치적 불안과 무력 충돌의 ‘촉매’ 구실을 했다고 분석했다. 나아가, 지구온난화가 향후 수십년 안에 요르단·레바논 등 지중해 동부 지역에서 더 많은 분쟁을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내용은 미국국립과학아카데미의 과학저널에 <비옥한 초승달 지역의 기후변화와 시리아 가뭄의 연관성>이란 논문으로 실렸다.

연구자들은 논문에서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지속된 가뭄이 시리아 내전의 한 원인이 됐다는 강력한 증거가 있다고 했다. 논리는 이렇다. 기상관측사상 최악의 가뭄과 시리아 정부의 정책 실패로 유례없는 흉작 사태가 벌어졌다. 농업 기반이 파괴된 농촌에서 수백만명의 주민들이 도시로 밀려들면서 자원 배분을 둘러싼 사회적 긴장을 키웠다. 이런 갈등이 바샤르 아사드 정권의 폭압과 ‘아랍의 봄’ 시위 등 다른 여러 정치·사회적 요인과 결합해 2011년 3월 대규모 반정부 봉기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150만명에 이르는 이라크 전쟁 난민들이 시리아로 유입된 것도 사태를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

연구팀은 시리아의 심각한 가뭄 효과를 기상관측 자료와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설명했다. 우선 시리아의 연평균 기온은 1900년 이후 한 세기 동안 1.2℃나 올랐다. 또 지중해 쪽에서 부는 서풍이 약해졌다. 이에 따라 바다에서 증발된 습기가 육지로 충분히 전달되지 못했다. 또 1950년대 400만명 수준이던 인구가 지금은 2200만명으로 급증하면서 온실가스 배출량도 크게 늘었다. 이같은 온실효과로 지표면의 수분 증발량이 늘어난 반면, 우기의 강우량은 10%나 줄었다는 것이다.

논문의 공동저자인 리처드 시걸 컬럼비아대 교수(기상학)는 <에이피>(AP) 통신에 “이번 연구는 지금까지 기상학자들이 기후변화가 분쟁에 역할을 한 것으로 제시한 것 중 가장 명징한 사례”라고 말했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시리아 내전은 과학자들이 기후변화와 무력 분쟁의 연관성을 명시적으로 밝힌 최초의 전쟁”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지난해 ‘기후변화 정부간 패널’(IPCC) 실무그룹은 “기후변화가 특정 환경에서 무력 충돌의 위험성을 높인다는 합당한 공통의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기후와 분쟁의 연관성 논증이 아직은 충분치 않다는 반론도 있다. 토마스 베르나워 스위스연방기술대 교수는 <뉴욕 타임스>에 “가뭄이 시리아 내전의 원인이 됐다는 주장의 증거는 매우 추론적이며 탄탄한 과학적 증거로 뒷받침되지 않는다”고 논박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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