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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예멘에 ‘사우디-이란 대리전’ 먹구름

등록 2015-03-24 20:19

사우디 외무장관, 내전 지원 시사
걸프협력회의, 하디 대통령 지지
예멘 “이란 비난…군사 개입 요청”
예멘 내전의 불씨가 중동지역의 숙적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대리전으로 번질 기세다. 50여년 전 예멘 땅을 뒤덮었던 인근 강대국들간 대리전의 먹구름이 다시 몰려들기 시작했다.

사우디의 외무장관인 사우드 파이잘 왕자는 23일 예멘 ‘내전’에 개입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그는 “이란의 예멘 개입에 반대한다”며 “그것은 사실상 공격행위”라고 말했다고 <알자지라>가 전했다. 파이잘 왕자는 이어 “우리는 사태가 평화롭게 해결되길 바라지만 예멘의 (하디) 대통령을 지원할 수 있다면 어떤 요구에도 부응할 준비가 돼있다”라고 말했다.

지난 1월 압드라부 만수르 하디 예멘 대통령은 수도 사나를 장악한 시아파 후티 반군에 밀려 정권을 넘기고 쫓겨났다. 그러다 지난달 남부의 아덴에 임시수도를 마련하고 정권의 합법성을 주장해왔다. 유엔과 미국 등은 하디 대통령의 정통성을 인정하며 후티 반군의 쿠데타를 비난해왔다.

하디 정부를 전복하고 사나에 혁명위원회를 설립한 후티 반군은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의 지원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지난 22일 이란은 예멘, 즉 후티 반군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비쳤다. 호세인 아미르 압돌라히안 외무차관은 <파르스>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예멘이 걷고 있는 정치적 방향의 완성과 반테러, 지속가능한 지역 안보를 구체화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지역의 안정을 위해서는 하디 대통령이 물러나야 한다는 입장을 내보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가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이 예멘을 장악하는 것을 손 놓고 볼 수 없어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를 비롯해 걸프지역 수니파 보수 왕정국가들의 움직임은 지난 주말부터 바빠지기 시작했다. 21일 이 지역 6개국의 ‘걸프협력회의’(GCC)는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안보 관련 장관급 회의를 열어 하디 예멘 대통령 쪽이 합법정부라고 선언했다. 이틑날 사우디 내무장관인 모하메드 빈나예프 왕자는 ‘걸프협력회의가 예멘의 안보를 지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에 화답하듯 리야드 야신 예멘 외무장관은 23일 걸프지역 수니파 국가들을 향해 군사 개입을 요청했다. 야신 장관은 <알자리자>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이 우리나라를 점령하는 것을 용인할 수 없다”고 노골적으로 이란의 개입을 비난했다. 그러면서 걸프협력회의와 유엔 등 국제사회에 비행금지 구역 설정을 요청했다. 쫓겨난 예멘 정부 쪽의 군사 개입 요청과 사우디의 적극적 대응으로 주변국들의 군사 개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사우디·바레인·쿠웨이트·카타르·아랍에미리트·오만 등이 참여한 걸프협력회의는 약 4만명의 지역방위군을 두고 있어, 이들이 직접 개입할 때는 이란과의 사실상 전면전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예멘은 수십년 전 내전에 개입한 주변 강대국들의 대리전에 휩쓸린 아픔을 겪은 바 있다. 1962년 왕정 시절 북예멘에 군부 쿠데타로 공화제 정권이 수립되자 왕정과 공화파 세력 간의 내전이 시작됐다. 이에 주변 왕정 국가들인 사우디와 요르단이 왕정 세력을, 당시 세속주의 정권인 이집트가 쿠데타 세력을 지지하며 북예멘 내전은 대리전으로 돌변했다. 이집트가 7만명의 대군을 파병해 전세가 쿠데타 세력 쪽으로 기울자 사우디도 전면전 태세에 돌입했고 결국 미국과 유엔이 중재에 나섰다. 1967년이 되서야 이집트와 사우디가 휴전에 들어갔지만, 1970년까지 내전은 계속돼 약 25만명의 사상자를 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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