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 등 10개국 연합…미 참여 안해”
오바마, 미 군수품·정보 지원 승인
하디 대통령 행방 묘연…피신 보도도
사우디-이란 대리전 우려 현실화
오바마, 미 군수품·정보 지원 승인
하디 대통령 행방 묘연…피신 보도도
사우디-이란 대리전 우려 현실화
사우디아라비아와 걸프 연안 국가들이 예멘 수도 사나를 장악한 시아파 후티 반군에 대한 공습을 개시했다. 예멘 내전의 불씨가 중동지역의 숙적인 수니파 사우디와 시아파 이란의 대리전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알아라비야> 방송은 26일 새벽 0시에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국왕의 명령이 떨어진 몇시간 뒤 사우디 공군이 예멘 공습을 시작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방송은 사우디가 100여대의 전투기와 15만명에 달하는 병력과 함께 해군도 동원했다고 전했다. 사우디 공군은 후티 반군이 장악한 사나의 대통령궁과 은신처, 알다일라미 공군기지와 사나 북부의 국제공항 등을 파괴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딜 주바이르 미국 주재 사우디 대사는 이날 워싱턴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예멘의 합법 정부를 방어·지원하고 급진적 후티 반군이 나라를 점령하는 것을 막기 위한 작전”이라며, 걸프협력회의(GCC)를 포함한 10개국 연합군이 공습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버너뎃 미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변인은 “오바마 대통령이 걸프 국가들의 군사작전에 미국이 군수품과 정보를 지원하도록 승인했다”며 “(사우디와) 합동기획실을 꾸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공습에 앞서 오만을 제외한 사우디·아랍에미리트·바레인·카타르·쿠웨이트 등 걸프협력회의 5개국은 “압드라부 만수르 하디 (예멘)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후티 반군과 알카에다, 이슬람국가(IS)를 (예멘에서) 격퇴하기로 결정했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후티 반군을 지원해온 것으로 알려진 이란을 빗대 “후티 반군은 지역 강대국의 지원을 받고 있다”며 이란이 후티 반군을 통해 예멘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고 비난했다. 요르단·모로코·수단·파키스탄도 공습 동참 의사를 밝혔다. 1962년 북예멘 내전에 7만명을 파병했던 이집트는 육해공군을 모두 파병하겠다고 나섰다.
이란은 즉각 반발했다. 이란은 이번 공습은 “침공”이라며 예멘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위험한 선택”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공습은 후티 반군이 25일 알아나드 공군기지를 점령하는 등 하디 대통령이 머무르고 있는 아덴을 향해 급속히 남하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알아나드 기지는 아덴에서 북쪽으로 60㎞ 떨어진 곳으로 20일까지 미군 특수부대가 주둔했다. 하디 대통령은 1월 후티 반군에 정권을 내준 뒤 지난달 21일 아덴으로 피신해 아덴을 임시 수도로 선포했다. 현재 하디 대통령의 행방은 묘연한 상태다. <에이피>(AP) 통신은 후티 반군이 하디 대통령 체포에 10만달러의 현상금을 내걸자, 하디 대통령이 피신했다고 전했다. 하디 대통령이 배를 타고 아프리카의 지부티로 향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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