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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이란, 중동 중심으로…사우디·이스라엘 ‘초긴장’

등록 2015-04-03 19:45수정 2015-04-03 20:49

이란 핵협상이 타결된 2일 필립 해먼드 영국 외무장관(왼쪽부터),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 페데리카 모게리니 유럽연합 외교안보 고위대표,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이 스위스 로잔에 있는 스위스연방기술연구소에서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다. 로잔/AP 연합뉴스
이란 핵협상이 타결된 2일 필립 해먼드 영국 외무장관(왼쪽부터),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 페데리카 모게리니 유럽연합 외교안보 고위대표,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이 스위스 로잔에 있는 스위스연방기술연구소에서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다. 로잔/AP 연합뉴스
‘핵협상 타결’ 세력 재편 신호탄
1979년 이란 이슬람혁명으로 형성된 중동 정세가 이란 핵협상 타결로 역사적인 갈림길에 섰다.

36년 전 이란 이슬람혁명은 중동 전체에서 이슬람주의를 격동시켰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등은 들끓는 이슬람주의 에너지를 소련이 1979년 침공해 들어간 아프가니스탄으로 돌렸다. 미국과 사우디의 지원을 받은 이슬람주의 무장세력들은 대거 아프간으로 들어가 소련군에 맞서 싸웠다. 이는 이슬람주의 무장세력의 요람이 됐다.

한편으로 미국은 이란의 세력 확산을 견제하려고 이라크를 부추겨 1981년부터 이란과 전쟁에 나서게 했다. 1991년 벌어진 제1차 걸프전은 이란과의 전쟁에서 아무런 이익도 얻지 못한 이라크의 후유증에서 잉태됐다. 1차 걸프전에서 미군이 사우디에 주둔하자 분노한 이슬람 무장세력들은 ‘반미 성전’에 나섰다. 아프간 전쟁과 반미 성전을 거쳐 성장한 이슬람 무장세력은 결국 2001년 9·11테러로 치달았다. 이에 미국은 아프간과 이라크 침공으로 대응했다.

이란 핵 개발부터 ‘P5+1’ 핵협상 타결까지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중동의 미묘한 세력균형을 한꺼번에 무너뜨렸다. 이란과 맞서는 한편 이슬람주의 세력을 막는 방파제 역할을 하던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이 무너진 자리에 거대한 세력 공백이 생겼다. 그 공백을 현재 이슬람주의와 이란이 채우고 있다. 2014년에는 이슬람국가(IS)가 등장했고, 이란이 주도하는 시아파 세력이 중동에서 계속 세력을 넓혔다. 결국 이란 이슬람혁명에서 시작된 도미노 효과가 아랍 대 이스라엘이라는 중동 분쟁의 기본 구도를 현재의 이슬람주의 대 보수적 세속주의, 시아파 맹주 이란 대 수니파 맹주 사우디의 대결 구도로 변모시켰다.

시아파 이란, 영향력 확산 가능성
수니파 사우디와 중동 양분할 듯
사우디, 수니파 국가와 연대 구축
IS·이스라엘 ‘적과의 동침’ 할수도

이번 이란 핵협상 타결은 이런 중동의 세력 구도를 완전히 바꾸는 역사적 기점이 될 수 있다.

첫째, 중동에서 이란의 영향력이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이라크에는 시아파 정부가 들어섰고, 결과적으로 중동 전체에서 이란이 주도하는 시아파 세력이 강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역시 중동에서 이란과의 협력을 내심 원하고 있다. 이란 핵협상이 계속 순항해 이란이 국제 제재에서 벗어나 중동과 국제 무대의 중심으로 복귀하면, 중동의 세력 구도는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다. 하지만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의 수니파 국가들과 이스라엘이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 확실하다.

둘째, 이 때문에 이란의 시아파 연대와 사우디 주도의 수니파 국가의 대결 구도가 더 첨예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우디 등은 민간인 참수 등 만행으로 공분을 사고 있는 이슬람국가에 대해서는 미온적으로 대응하다가, 예멘의 시아파 후티 반군이 세력을 확대하자 즉각 공습 등 군사개입을 단행했다. 수니파 무장세력보다는 이란과 시아파 세력의 확산을 더 급박한 안보위협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이란을 겨냥한 아랍연합군 창설에 나서면서 수니파 국가들의 연대를 구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슬람국가 등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퇴치는 더욱 요원해질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이들 세력을 이란과 시아파 세력에 맞서는 방파제로 삼을 조짐도 있다.

셋째로, 미국-이스라엘-중동국가의 관계가 재조정될 수 있다. 사우디 등 수니파 보수 왕정과 미국의 동맹관계는 이미 이전보다 느슨해지고 있다. 지난해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은 미국에 사전 통보하지 않고 리비아 내 이슬람주의 세력에 대한 공습을 단행했다. 이란 핵협상을 둘러싸고 수니파 보수 왕정들과 이스라엘의 이해관계는 완전히 일치하고 있다.

첫발을 내디딘 이란 핵협상이 어떤 항로로 가느냐가 이런 흐름의 향방을 결정할 것이다. 이란의 복귀를 둘러싼 중동의 분쟁과 세력 재편은 불가피해 보인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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