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군 “공습 중단 조건…정치협상”
‘왕족 권력 경쟁·역사적 예멘 큰형’
사우디, 쉽게 공습 멈추지 않을 듯
‘왕족 권력 경쟁·역사적 예멘 큰형’
사우디, 쉽게 공습 멈추지 않을 듯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 동맹군의 폭격에도 예멘의 시아파 후티 반군의 전투력은 꺾이지 않는 모양새다. 후티 반군은 수도 사나에 이어 압두라부 만수르 하디 대통령이 떠난 임시 수도 아덴 장악을 눈앞에 두고 있다. 후티 반군은 동맹군의 공습이 중단될 경우 대화에 나설 용의가 있다는 의사를 밝혀, 사우디 동맹군의 반응이 주목된다.
후티 반군의 평화협상 의사는 5일 <로이터> 통신을 통해 처음 전해졌다. 후티 반군의 살레 사마드는 <로이터>에 이메일을 보내 “반군 쪽은 공습 중단 외에는 다른 조건이 없으며 일정 시간 내에 협상 테이블에 앉을 것”이라며, 중립적 입장을 가진 집단의 중재를 받을 용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후티 반군의 또다른 고위 관계자 모하메드 부카이티도 ‘사나에서 정치회담을 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고 <데페아> 통신이 전했다.
후티 반군은 협상 제안을 함으로써 공을 사우디 쪽에 넘겼다. 사우디는 5일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사우디는 앞서 예멘에서 하디 정권이 안정을 찾을 때까지 공습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해군 특수부대를 아덴만에 파견해 하디 대통령 쪽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쉽게 공습을 멈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사우디가 예멘 전선에 뛰어든 것은 시아파 맹주인 이란이 후티 반군을 통해 예멘에 영향력을 미치는 것을 경계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더해 최근 <인디펜던트>는 사우디 국왕의 아들인 국방장관의 권력 경쟁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했다. 살만 국방장관(30)이 수많은 왕족 중에서 자신의 입지를 구축하기 위해 ‘예멘 작전 성공’이라는 후광을 얻고자 한다는 것이다. 예멘에 대한 사우디의 ‘집착’ 뒤에는 역사적으로 깊은 뿌리가 존재한다는 분석도 있다. 걸프어페어스연구소의 알리 아흐메드 국장은 <워싱턴 포스트>에 “사우디는 스스로를 예멘의 큰형이라고 생각해왔다”면서, 사우디가 건국 이래 한번도 예멘의 상황에 대해 수수방관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2007년 당시 사우디의 압둘라 국왕은 예멘의 안보 상황을 두고 사우디와 “불가분의 관계”라고 말한 바 있다.
한편 유엔은 지난 2주 동안 예멘에서 사우디와 아랍 동맹군의 공습 등으로 519명이 숨지고 1700명이 다쳤다고 집계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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