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오른쪽) 이란 최고지도자가 7일 테헤란의 집무실에서 이란을 방문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란 최고지도자실이 누리집에 공개한 사진이다. AP 연합뉴스
중동 정세 ‘핵타결’ 이후 변화
이란 핵협상 잠정 타결이 벌써부터 중동의 세력 판도에 변화의 격랑을 일으키고 있다. 이란은 터키를 끌어들여 ‘반이란 수니파 국가 연대’에 균열을 내려하고 있다. 이란의 영향력 확대를 저지하려는 수니파 연대의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예멘 내전에 미국을 끌어들이며 미국과 이란의 접근을 견제하고 나섰다.
정상회담…에르도안, 이례적 발언
‘양국 교역 확대’ 이란에 화답
사우디 주도 ‘반이란 연대’서 발빼기 이란 지도부, 보수파 단속 나서
‘핵타결 뒤 침묵해온’ 하메네이
“미국, IS 격퇴하는 데 관심 없다” 이란이 핵협상 잠정 타결 뒤 사우디아라비아 주도의 반이란 수니파 국가연대에서 터키를 이탈시키려는 외교적 행보에 힘을 쏟고 있다. 이란의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7일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을 7일 테헤란으로 초청해 정상회담을 한 뒤, 중동 위기를 잠재우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이날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중동 전지역에서 불안정과 전쟁을 끝장내야 한다는 생각을 공유한다”며 “모든 중동 국가들은 함께 테러리즘과 극단주의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르도안 대통령도 회견에서 “이 지역은 불타고 있다”며 “지금까지 시리아에서 30만명 이상이 죽었고, 그 모두가 무슬림이다. 우리는 단결해 학살과 유혈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는 시아파인지, 수니파인지 따지지 않겠다”며 가열되는 종파분쟁에 대해 우려를 밝히기도 했다. 이란과의 협력을 다짐하는 에르도안의 이런 발언은 터키 지도자로서는 “매우 이례적이고, 거의 전례가 없는” 것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했다. 앞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란이 이라크, 레바논, 시리아, 예멘 등지에서 대리 세력들을 이용해 “중동 지역을 지배하려고 한다”고 비난한 바 있다. 이란 핵협상에 반대하는 수니파 국가연대의 한 축으로 동참해온 터키가 유화적 자세로 돌아선 것은 사우디가 주도의 반이란 연대와 봉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겠다는 신호다. 터키의 입장 완화는 양국의 경제관계를 지렛대로 한 이란의 접근에 화답한 것으로 해석된다. 터키는 이란으로부터 가스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고 있고, 최근 들어 관광 협력 등으로 양국간 교역을 확대해 왔다. 이란 내에서는 에르도안의 이란 비난 발언 등을 비난하며, 이번 정상회담을 취소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지만, 로하니 대통령 등 이란 지도부는 예정대로 회담을 진행해 터키를 사우디 주도의 반이란 수니파 연대의 궤도에서 벗어나게 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란 지도부는 핵협상에 반대하는 국내 보수파에 대한 단속에도 나서고 있다. 핵협상 타결 뒤 침묵을 지켜온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이날 트위터에 “시온주의자와 서방, 특히 미국은 테러조직이 무슬림 국가들을 상대로 만행을 저지르는 것에 만족한다. 이들은 이슬람국가(IS)를 격퇴하는데 관심이 없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하메네이의 이런 발언은 미국과의 핵협상 타결을 미국에 대한 유화조처로 해석하려는 보수파를 달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보수파의 핵심인 혁명수비대 사령관이자 하메네이의 측근인 무함마드 알리 자파리는 “신의 은혜로 우리의 주권을 지키는데 성공했다. 혁명수비대는 핵협상단의 노력에 사의를 표한다”며 핵협상에 대한 지지를 분명히 했다. 이날 테헤란의 의회 앞에서 강경 보수파 시민 200여명이 핵협상 반대시위를 벌이자, 이란 내무부는 불법 시위라고 비난했다. 이슬람혁명 이후 미국과의 타협을 반대하는 보수파들은 자유롭게 거리에서 시위를 벌여왔는데, 이란 지도부가 이를 이례적으로 비난한 것은 하메네이를 비롯한 이란 최고 권력층의 변화한 입장을 보여준다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양국 교역 확대’ 이란에 화답
사우디 주도 ‘반이란 연대’서 발빼기 이란 지도부, 보수파 단속 나서
‘핵타결 뒤 침묵해온’ 하메네이
“미국, IS 격퇴하는 데 관심 없다” 이란이 핵협상 잠정 타결 뒤 사우디아라비아 주도의 반이란 수니파 국가연대에서 터키를 이탈시키려는 외교적 행보에 힘을 쏟고 있다. 이란의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7일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을 7일 테헤란으로 초청해 정상회담을 한 뒤, 중동 위기를 잠재우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이날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중동 전지역에서 불안정과 전쟁을 끝장내야 한다는 생각을 공유한다”며 “모든 중동 국가들은 함께 테러리즘과 극단주의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르도안 대통령도 회견에서 “이 지역은 불타고 있다”며 “지금까지 시리아에서 30만명 이상이 죽었고, 그 모두가 무슬림이다. 우리는 단결해 학살과 유혈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는 시아파인지, 수니파인지 따지지 않겠다”며 가열되는 종파분쟁에 대해 우려를 밝히기도 했다. 이란과의 협력을 다짐하는 에르도안의 이런 발언은 터키 지도자로서는 “매우 이례적이고, 거의 전례가 없는” 것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했다. 앞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란이 이라크, 레바논, 시리아, 예멘 등지에서 대리 세력들을 이용해 “중동 지역을 지배하려고 한다”고 비난한 바 있다. 이란 핵협상에 반대하는 수니파 국가연대의 한 축으로 동참해온 터키가 유화적 자세로 돌아선 것은 사우디가 주도의 반이란 연대와 봉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겠다는 신호다. 터키의 입장 완화는 양국의 경제관계를 지렛대로 한 이란의 접근에 화답한 것으로 해석된다. 터키는 이란으로부터 가스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고 있고, 최근 들어 관광 협력 등으로 양국간 교역을 확대해 왔다. 이란 내에서는 에르도안의 이란 비난 발언 등을 비난하며, 이번 정상회담을 취소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지만, 로하니 대통령 등 이란 지도부는 예정대로 회담을 진행해 터키를 사우디 주도의 반이란 수니파 연대의 궤도에서 벗어나게 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란 지도부는 핵협상에 반대하는 국내 보수파에 대한 단속에도 나서고 있다. 핵협상 타결 뒤 침묵을 지켜온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이날 트위터에 “시온주의자와 서방, 특히 미국은 테러조직이 무슬림 국가들을 상대로 만행을 저지르는 것에 만족한다. 이들은 이슬람국가(IS)를 격퇴하는데 관심이 없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하메네이의 이런 발언은 미국과의 핵협상 타결을 미국에 대한 유화조처로 해석하려는 보수파를 달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보수파의 핵심인 혁명수비대 사령관이자 하메네이의 측근인 무함마드 알리 자파리는 “신의 은혜로 우리의 주권을 지키는데 성공했다. 혁명수비대는 핵협상단의 노력에 사의를 표한다”며 핵협상에 대한 지지를 분명히 했다. 이날 테헤란의 의회 앞에서 강경 보수파 시민 200여명이 핵협상 반대시위를 벌이자, 이란 내무부는 불법 시위라고 비난했다. 이슬람혁명 이후 미국과의 타협을 반대하는 보수파들은 자유롭게 거리에서 시위를 벌여왔는데, 이란 지도부가 이를 이례적으로 비난한 것은 하메네이를 비롯한 이란 최고 권력층의 변화한 입장을 보여준다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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