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최고지도자와 대통령이 9일 잇달아 핵협상 최종 타결의 조건으로 ‘협상 타결과 동시 제재 해제’를 내걸었다.
아야톨라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9일(현지시각) 미국 등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 및 독일(P5+1)과의 “핵협상 최종 타결에 대한 보장은 없다”고 말했다. 지난 2일 핵협상 잠정 타결 뒤 첫 공식 언급이었다.
하메네이는 이날 개인 누리집 성명과 이란 관영방송에 생중계된 연설에서 “최근 협상에 대해 찬성도 반대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것은 구체적인 결과에 있다. 어쩌면 기만적인 상대편(주요 6개국)이 세부 사항들에서 우리의 발목을 잡고 싶어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하메네이는 “백악관이 ‘팩트 시트’라고 이름 붙인 이 성명은 대부분의 쟁점에서 잘못됐다”면서 미국의 “사악한” 의도를 내보인 것이라고 평가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하메네이는 또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지 않다는 이란의 입장을 재확인하며 “핵산업은 에너지 생산 등에 있어서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하메네이는 “최종 협상의 체결과 동시에 제재가 해제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현재까지 진척된 것은 협상 타결은 물론 협상이 끝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것도 보장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도 “이란에 대한 제재가 최종 협상이 타결된 첫날 해제되지 않는 이상 최종 합의는 없다”고 공언했다. 주요 6개국의 입장뿐 아니라 ‘제재는 잠정적으로 풀릴 것’이라고 했던 종전 발언과도 차이를 드러낸 것이다.
이날 이란 지도자들의 잇단 발언은 국내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란의 보수파들은 이번 잠정 협상 타결을 두고 이란이 주요 6개국에 너무 많이 양보했다고 비판해왔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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