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이란에 대한 의심 공식화
“후티 반군 무기 공급…폭력 지속”
‘이란, WP 기자 간첩 협의 기소’도
하메네이, 또 비판…핵협상 먹구름
“후티 반군 무기 공급…폭력 지속”
‘이란, WP 기자 간첩 협의 기소’도
하메네이, 또 비판…핵협상 먹구름
3주 전 핵협상 잠정 타결과 함께 풀리는 듯했던 미국과 이란의 관계가 곳곳에서 충돌을 빚으며 긴장을 키우고 있다. 미국은 이란을 겨냥해 예멘의 시아파 후티 반군에 대한 무기 지원을 봉쇄하겠다며 예멘에 추가로 항공모함을 급파했다. 이란은 자국 내 구금 중이던 미국 기자를 간첩 혐의로 기소했고, 이란 최고지도자는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한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냈다.
미 해군 5함대사령부 대변인 케빈 스티븐스 소령은 20일 “걸프해역에 주둔해 있던 핵 항모 시어도어 루스벨트호와 유도 미사일 순양함 노르망디호가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 아라비아반도 남쪽 해역으로 이동 중”이라고 밝혔다. 아덴만에는 이미 구축함 윈스턴 처칠호 등 10여척의 미 군함이 배치돼 있다.
이는 시아파 후티 반군에 대한 이란의 무기 지원을 감시하고 후티 반군을 겨냥해 예멘에서 공습을 벌이고 있는 동맹국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재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미 정부 관계자는 “이것(항모 추가 파견)은 (이란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뉴욕 타임스>에 말했다. 그는 “우리의 동료들에게 미국이 함께하고 있으며, 지원할 의사가 있다는 메시지인 동시에 이란에는 우리가 지켜보고 있다는 메시지”라고 덧붙였다. 미국은 줄곧 시아파 맹주인 이란이 후티 반군을 은밀하게 지원하고 있다고 의심해 왔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이란에 대한 ‘의심’을 공식화했다. 그는 이날 “(이란이) 논란이 되고 있는 세력에 계속 무기를 공급해 폭력이 지속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란의 행위가 예멘의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며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이 20일 <뉴욕 타임스>에 기고한 글을 “역설적”이라고 비꼬았다. 자리프 장관은 기고문에서 “핵협상의 최종 타결을 위해서는 정치적인 의지가 더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예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걸프지역에서 지역안보회를 개최하고 외교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란이 지난해 7월부터 억류 중인 <워싱턴 포스트> 테헤란 주재 특파원 제이슨 레자이안(38)을 간첩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양국 관계가 한층 꼬이는 모양새다. 레자이안은 이란의 비밀정보를 수집하고, 이란 비판을 선동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레자이안이 받고 있는 혐의들로 최고 징역 10~20년형까지 선고될 수 있다고 전했다. 앞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레자이안을 포함해 이란에 붙잡혀 있는 미국인 4명의 석방을 이란 정부에 공식적으로 요구한 바 있다. 어니스트 대변인은 “기소가 사실이라면 적용된 혐의는 터무니없다”고 일축하며 레자이안의 즉각 석방을 요구했다.
지난 2일 이란 핵협상 잠정 타결 이후 협상 내용을 둘러싼 양쪽 진영의 공방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19일 다시 미국을 강하게 비판했다. 하메네이는 “그들은 이란이 지역 안정에 위협이 된다며 ‘핵무기 괴담’을 날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진짜 위협은 무차별 개입으로 불안을 조장하는 미국과 미국의 개 노릇을 하는 이스라엘”이라고 덧붙였다. 22일 재개하는 주요 6개국과 이란의 핵협상 테이블에는 먹구름만 더 끼고 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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