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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수니파 대 시아파…중동은 지금 ‘종파 전쟁터’

등록 2015-04-26 20:17수정 2015-04-27 13:45

중동분쟁, 격변하는 주전선
중동분쟁의 양상이 격변하고 있다. 아랍 대 이스라엘의 분쟁으로 촉발된 분쟁이 이슬람 수니파와 시아파의 종파분쟁으로 주전선이 바뀌고 있다. 수니파 대 시아파의 종파분쟁 배경에는 중동지역의 주도권을 놓고 다투는 수니파 사우디아라비아와 시아파 이란의 오랜 원한과 갈등이 있다. 격화되는 종파분쟁으로 팔레스타인 분쟁과 이슬람주의 무장세력 문제도 뒷전으로 밀리며 더욱 곪아터지고 있다.

1979년 이슬람혁명 성공한 이란
시리아·헤즈볼라 등과 시아파 연대
이란 견제하는 사우디 등 수니파는
사담 후세인 몰락뒤 무장세력 등장

알카에다·후세인 정부군 결집한
극단적 수니파 IS 세력 확산에
미국·사우디·이집트 등 반IS동맹
지난 3월 지상전 나섰지만 교착상태

이스라엘과 사우디 등 수니파 국가
이란 맞서 암묵적 동맹 형성
미, 사우디 등에 첨단무기 판매 용인
종파분쟁 더 많은 유혈사태 예고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가 장악한 이라크 티크리트 탈환 작전에 나선 이라크 정부군과 시아파 민병대가 지난 3월 티크리트를 공격하고 있다.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가 장악한 이라크 티크리트 탈환 작전에 나선 이라크 정부군과 시아파 민병대가 지난 3월 티크리트를 공격하고 있다.
■ 중동의 현대 종파분쟁을 잉태한 이란 이슬람혁명

현대 중동분쟁은 1948년 팔레스타인 땅에 이스라엘이 건국되며 촉발됐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축출한 이스라엘의 건국을 반대한 이집트 등 주변 아랍국가들은 1973년까지 이스라엘과 4차례 전쟁을 치렀다. 중동분쟁은 1979년 이집트와 이스라엘의 평화협정을 시작으로 아랍국가와 이스라엘의 관계가 완화되면서 변하기 시작했다.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상을 반대한 이슬람주의 세력들이 아랍국가 정권들에 대한 반대운동을 펼치면서 세력을 넓히기 시작했다.

1979년 시아파가 다수인 이란에서 성공한 이슬람혁명은 이슬람주의 세력 확산뿐만 아니라 기존 중동국가들 간의 관계와 종파 문제를 근본적으로 뒤흔들기 시작했다. 혁명에 성공한 시아파 이슬람주의 세력의 확산을 두려워한 사우디 등 걸프지역의 보수왕정과 세속주의 정권들은 이란을 강력하게 견제하려 했다. 이란과 아랍국가들의 갈등이 수니파 대 시아파의 갈등으로 표출됐다.

이란과 접경한 이라크는 수니파가 집권세력이었지만, 시아파 주민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강력한 세속주의 통치자였던 당시 사담 후세인 이라크 국가평의회 의장은 시아파 주민들의 동요와 이슬람주의 차단에 부심했다. 이란에서 분출된 이슬람혁명의 전파를 막으려는 미국과 사우디의 부추김을 받은 사담 후세인은 이란과의 전쟁을 일으켰다. 후세인은 이란을 제압하고 걸프지역의 패권을 차지하려는 욕망도 있었다.

1981년 시작된 이란-이라크 전쟁은 8년 동안 진행됐다. 국제사회의 중재로 휴전한 이 전쟁에서 이라크는 판정패했고, 이란의 이슬람혁명은 공고해졌다. 전비로 빚더미가 쌓인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은 사우디와 쿠웨이트 등 걸프지역 보수왕정 산유국들에 불평을 쏟아냈다. 당시 국제유가도 폭락해 이라크의 재정은 바닥났다. 후세인은 쿠웨이트가 자국 유전의 석유를 도둑질한다며 배상을 요구하다가 1990년 갑자기 쿠웨이트를 침공해 점령했다.

미국은 다국적군을 조직해 1991년 걸프전을 통해 쿠웨이트를 탈환하고 이라크에 광범위한 국제제재를 가했다. 특히 미국은 이라크의 다수 주민인 시아파를 선동해 후세인 정권 타도 봉기를 유도했다. 후세인 정권은 시아파 주민들의 봉기를 화학무기 등을 동원해 잔인하게 진압했다. 이는 현대 중동에서 수니파 대 시아파 갈등의 시작이었다.

■ 미국의 이라크전쟁으로 본격화된 종파분쟁

이란은 라이벌인 이라크가 국제제재를 받는 동안 시아파가 정권을 잡고 있는 시리아와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로 이어지는 시아파 연대를 구축했다. 특히 헤즈볼라를 통해 하마스 등 팔레스타인의 이슬람주의 세력을 지원해 이스라엘의 주적으로 떠올랐다.

2001년 9·11 테러 뒤인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사담 후세인 정권 붕괴는 중동지역에 거대한 세력변화를 일으켰다. 중동의 한가운데에서 이슬람주의 확산의 방파제와 이란 견제 역할을 하던 후세인 정권이 몰락하면서 권력 공백 상태가 빚어지자 알카에다 등 수니파 이슬람주의 무장세력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알카에다 등 수니파 이슬람주의 무장세력들은 미국이 이라크에 세운 시아파 정권 등 시아파를 상대로 종파분쟁을 일으키면서, 이라크에서 소외된 수니파 주민들을 결집했다. 이라크와 시리아의 알카에다 세력 등 수니파 이슬람주의 무장세력들과 후세인 치하의 정부군 및 바트당 세력 등이 결집한 세력이 2014년 6월29일 선포된 이슬람국가(IS)다.

사우디 등 수니파 아랍국가들은 비인도적 만행을 자행하는 이슬람국가를 말로만 격퇴한다고 하면서 방조했다. 사우디는 시리아 내전이 발발하자 시아파인 바샤르 아사드 정권을 반대하는 반군들에게 무기와 자금을 지원했다. 사우디 등 걸프지역 수니파 보수왕정들의 이런 지원은 대부분 이슬람주의 세력에게 돌아갔고, 최대 수혜자가 현재의 이슬람국가를 구성한 세력들이다. 사우디는 시리아와 이라크의 시아파 정권을 견제하는 세력으로 이슬람국가를 묵인하고 있다.

■ 종파전쟁이 된 이슬람국가와의 전쟁과 예멘 내전

터키는 자국 내 쿠르드족의 독립을 견제하려고, 쿠르드족 지역을 압박하는 이슬람국가를 방조했다. 시아파인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 역시 수감됐던 이슬람주의 무장세력들을 석방해주며 이슬람국가의 성장을 도왔다. 시리아 내전의 구도를 세속주의 대 이슬람주의로 만들어, 세속주의를 지키는 자신들의 정당성을 구축하려는 시도였다. 이슬람국가에 대한 수니파 국가의 직접적인 군사행동은 올해 초 요르단의 공습 정도다. 요르단은 이슬람국가에 인질로 잡힌 자국 조종사가 처형당하자 이에 대한 보복으로 잠깐 공습을 했을 뿐이다.

지난 3월부터 본격화된 이슬람국가에 대한 지상전은 현재 다시 교착상태에 빠졌다. 애초 미국 등 반이슬람국가 동맹은 이라크 티크리트를 탈환한 뒤 곧 이라크 제2의 도시인 모술도 점령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티크리트 탈환에 한달이 걸렸으며, 현재 모술로의 진격은 고사하고 이슬람국가의 반격을 막아내는 데 급급하다. 이슬람국가와 맞서는 지상군 전력의 절대 부족이 원인이다. 티크리트 탈환전에는 대부분 시아파로 구성된 이라크 정부군과 민병대, 그리고 이란 혁명수비대의 최정예부대인 쿠드스여단이 참가했다. 이슬람국가라는 극단적인 수니파와 시아파 연합이 대결한 양상이다. 그나마 쿠드스여단은 사우디 등의 반대로 곧 철수했다. 전선이 교착되자, 이 전투에 직접적인 참가를 꺼렸던 미군이 공습으로 지원했다.

이슬람국가는 이 전쟁을 ‘미국의 지원을 받는 시아파 이단들과의 전쟁’이라고 규정하며, 종파전쟁을 부추기고 있다. 실제로 수니파 국가들이 티크리트 탈환전 등 지상전에 실질적인 기여를 꺼리고 있다.

사우디 등 수니파 국가들은 이슬람국가의 비인도적 만행을 지켜만 보던 것과는 달리, 지난 3월24일 예멘의 수도 사나를 장악한 시아파 후티 반군이 세력을 확장하자 전격적으로 개입했다. 사우디는 공습을 계속하는 한편 이집트 등 수니파 아랍국가들과 아랍연합군 창설도 발표했다. 또 이란이 이라크와 예멘에서 분쟁에 개입하며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때맞춰 타결된 미국 등과 이란의 핵협상은 이란의 국제사회 복귀와 중동에서 영향력을 확대시킬 것이라는 수니파 국가들의 우려를 더욱 키웠다.

사우디를 비롯한 수니파 국가들은 오래전부터 예멘의 시아파 후티 반군과 이란의 연관성을 주장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이 후티와 항상 갈등을 빚던 예멘 정부가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으로 과장한 것이라고 위키리크스 사건으로 드러난 미국 외교전문은 지적했다.

■ 종파전쟁의 희생양 된 팔레스타인 난민

아랍과 이스라엘의 분쟁으로 시작된 중동분쟁이 종파전쟁으로 변한 비극은 시리아의 팔레스타인 난민들의 수난에서 잘 드러난다.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의 야르무크 팔레스타인 난민촌에 대해 이슬람국가는 올해 4월부터 공격을 시작했다. 이곳에 있는 1만8000여명의 팔레스타인 난민들은 최근 2년 동안 시리아 정부군의 봉쇄 속에서 지내다가, 이슬람국가의 침공을 받은 것이다. 이슬람국가는 자신들을 지지하지 않는 팔레스타인의 세속주의 무장세력과 난민들을 공격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지옥이 악순환되는 최악의 상황’을 만들어냈다고 했다.

중동지역의 동맹 및 대결 구도도 바뀌고 있다. 사우디를 주축으로 한 반이란 수니파 국가 연대와 이란-이라크 시아파 정권-시리아의 아사드 정권-레바논의 헤즈볼라로 이어지는 시아파 연대의 대결 구도가 더욱 굳어지고 있다. 과거 아랍 대 이스라엘, 세속주의 정권 대 이슬람주의 세력의 대결 구도가 희미해졌다. 이스라엘과 사우디 수니파 아랍국가가 이란에 대항하는 암묵적 동맹도 형성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는 지적했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군사적 우위를 침해하지 않도록 중동국가들에 대한 무기 판매를 제한하는 법을 제정했으나, 최근 들어 미국과 이스라엘은 미국의 첨단무기를 사우디 등에 판매하는 것을 용인하고 있다. 이란에 대한 군사적 우위를 만들어주기 위한 조처다. 이슬람 종파분쟁은 더 많은 유혈사태를 예고하는 것처럼 보인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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