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건국’ 선포 이래 최대 승리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 동원령
미국도 승인…유혈 종파분쟁 우려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 동원령
미국도 승인…유혈 종파분쟁 우려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가 전략 요충지인 이라크 라마디를 점령해, 미국 주도의 연합군에 큰 타격을 입혔다. 이라크 정부는 수니파 지역인 라마디 탈환을 위해 시아파 민병대를 동원할 태세여서 종파간 유혈사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슬람국가는 17일 이라크 서부 안바르 주의 주도인 라마디의 정부군 기지를 비롯해 이 도시를 완전 장악했다. 이슬람국가는 성명에서 자신의 전사들이 “전체 도시를 정화했다”고 발표했다. 성명은 이슬람국가가 이라크 육군 8여단 기지를 접수했고, 정부군이 버리고 간 탱크와 미사일 발사대 등도 노획했다고 밝혔다.
라마디 함락은 이슬람국가가 ‘건국’을 선포한 지난해 6월 이후 진행된 전쟁에서 이들이 거둔 최대 승리이다. 반면, 미국과 이라크 등 연합국 쪽은 지난 3월부터 시작한 반격 공세로 티크리트를 탈환해 전세를 역전시키려 해온 이후 최대의 일격을 당한 셈이다. 이슬람국가는 티크리트를 잃자, 수니파 지역의 핵심 도시인 라마디에 대한 공세를 펼쳐, 결국 전세를 역전시켰다.
라마디는 지난해 6월말 이슬람국가가 선포된 이후 이슬람국가와 연합국 쪽이 치열하게 각축을 벌여온 곳이다. 이슬람국가는 지난 14일부터 공세를 강화했다. 미군은 특히 함락 전 24시간 동안 7차례나 공습을 퍼부어 이라크 정부군을 지원했지만, 이곳을 지켜내지 못했다. 이번 공습은 이슬람국가와의 전쟁이 시작된 이후 단일 지역에 대한 단기간 최다 공습이다.
이라크 수니파들의 핵심 거점인 안바르 주의 주도 라마디는 바그다드에서 서쪽으로 110km 정도 떨어진 요충지다. 안바르 주는 수도 바그다드부터 서쪽으로 시리아 접경까지 펼쳐져 있다. 라마디 함락으로 서쪽 시리아 접경까지는 사실상 이슬람국가의 영역이 됐다.
안바르 주는 2003년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하는 과정에서 미군 1300명이 전사하는 등 가장 강력한 저항에 부딪힌 곳이다. 이번에도 미국은 안바르 주가 이슬람국가의 거점이 되는 것을 막으려고 지난해 6월 이후 대규모의 무기 등 군수품을 이라크 정부군에 제공하며 이슬람국가를 쫓아내기 위한 작전을 펴왔다. 하지만, 수니파 주민이 절대 다수인 안바르 주의 대부분은 결국 이슬람국가의 수중에 들어갔고, 라마디는 이라크 정부가 관할하는 최후 거점중 하나였다.
이라크 정부 쪽은 결국 라마디 탈환을 위해 시아파 민병대 동원에 나서, 종파전쟁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이다르 압바디 총리는 라마디 함락 직후 성명을 내고 대중동원군(PMF) 및 이란의 지원을 받는 시아파 민병대 등에게 전투 태세를 갖추라고 명령했다. 이라크 정부는 티크리트 탈환 작전 때도 초기에는 시아파 민병대와 이란의 지원을 받았다가 종파간 내전 발발 우려 때문에 이들을 철수시킨 바 있다.
미국은 안바르 주에서 시아파 민병대를 동원하는 데 반대해왔으나, 이번에는 조건부 승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스튜어트 존스 미국 대사는 안바르 주 관리들을 만나, 시아파 민병대가 압바디 총리 지휘 아래에 있고 이란의 군사고문단이 없다면, 미국은 공습을 지원할 것이다고 밝혔다.
이슬람국가가 점령한 라마디에서는 유혈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안바르 주지사의 대변인 무한나드 하이무르는 적어도 500명의 민간인과 군경이 지난 이틀 동안 라마디 안팎에서 전투나 처형으로 목숨을 잃었다고 말했다. 그 중에는 정부군 병사의 3살난 딸도 있다고 그는 밝혔다. 라마디의 부족 지도자 셰이크 라피 파다위는 “남자와 여자, 아이들과 전투원들의 주검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고 참상을 표현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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