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지도자 물라 오마르(55)가 사망했다고 아프가니스탄 정부 쪽이 29일 밝혔다.
2001년 9·11테러 뒤 미국의 아프간 침공으로 탈레반 정권이 붕괴한 이후 행방이 묘연했던 오마르는 2~3년 전에 사망했다고 아프간 정부의 정보 소식통들이 이날 전했다고 <비비시>(BBC)가 보도했다. 이 소식을 전한 아프간의 관리는 파키스탄 정부가 오마르가 2년 전 사망했음을 통보해왔다고 밝혔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보도했다. 오마르는 질병으로 숨졌다고 <데페아>(dpa) 통신은 전했다.
오마르 사망설을 아프간 정부의 소식통이 확인한 것은 처음이지만, 그의 사망 여부는 아직 확실치 않다. 한 파키스탄 관리는 오마르의 사망 소식은 탈레반과의 평화협상을 무산시키려는 루머라고 반박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은 전해, 그의 사망 여부는 아직 확실하지는 않다. 자비울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도 “근거 없는 보도”라고 사망설을 부인했다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탈레반의 정신적 지도자로 여전히 남아 있던 오마르의 죽음이 확인될 경우, 현재 탈레반이 아프간 정부와 벌이는 평화협상에도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오마르를 관리한 것으로 알려진 파키스탄이 2년 전 오마르의 죽음을 이제야 밝힌 것은 아프간 평화협상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탈레반은 최근 7월 중순에도 평화협상에 지지를 밝히는 오마르 명의의 성명을 공개했다.
파키스탄은 현재 아프간 정부와 관계가 좋지 않다. 파키스탄은 탈레반을 통해 아프간에 대한 영향력을 계속 유지하는 정책을 취해왔다. 현재 탈레반 내부에서는 아프간 정부와의 평화협상에 반대하는 세력이 있다. 최고지도자 오마르의 사망이 확인될 경우, 새로운 지도자 승계 등을 놓고 탈레반 쪽에서는 평화협상의 동력이 당분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 물라 오마르는 누구?
아프간 남부 칸다하르 출신인 오마르는 아프간의 하위 이슬람 성직자 출신이다. 그는 소련의 아프간 침공 당시 이에 맞서는 무자헤딘으로 활약했고, 전투 과정에서 한쪽 눈을 잃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소련이 철수한 뒤 무장집단 사이 내전에서 과거 무자헤딘 출신들의 동료들을 모아 탈레반을 조직했다. 엄격한 이슬람주의를 표방한 탈레반은 질서와 폭력에 지친 아프간 주민들의 호응, 그리고 칸다하르 지역 상인들과 파키스탄의 도움으로 1996년에 아프간 내전을 평정하고 탈레반 정권을 수립했다.
오마르는 아프간에 은거한 오사마 빈라덴을 비호했다. 미국은 9·11테러 뒤 빈라덴 인도를 거부한 오마르와 탈레반 정권을 타도한다는 명분으로 아프간을 침공한 뒤, 1천만달러의 현상금을 걸고 그를 추적해왔다.
정의길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