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자 만수르-오마르 아들 대립
1주전 만수르 새 지도자로 추대
공식 대변인 “역사적 실수” 성명
1주전 만수르 새 지도자로 추대
공식 대변인 “역사적 실수” 성명
탈레반의 최고지도자 무하마드 오마르의 사망 발표 뒤 후계 문제를 두고 탈레반의 내분이 깊어지고 있다. 탈레반은 최근 파키스탄에서 회의를 열어 2인자였던 아크타르 만수르를 새 지도자로 세웠지만, 오마르의 아들이 뒤를 이어야 한다는 세력이 만만치 않다.
탈레반의 공식 대외 창구 역할을 해온 카타르 주재 정치사무소 대표인 사이이드 타이야브 아가는 3일 성명을 통해 “탈레반의 지도자는 용감한 무자헤딘들 앞에서 지명됐어야 한다”며 “국외에서 지명된 지도자는 모두 탈레반에 굉장히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고 밝혔다. 그는 새 지도자 지명이 “역사적 실수”라고 비판하면서도 “현재의 논쟁적 상황에서 나는 어떤 쪽도 지지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아가는 생전에 오마르가 가장 신뢰했던 측근 중 한명으로, 지난해 미국과의 포로 맞교환 교섭을 이끌었다. 당시 협상으로 미국에 잡혀있던 5명과 탈레반에 붙잡혔던 미군 병장 보위 버그달이 교환됐다. 영어와 아랍어를 구사하는 그는 탈레반의 입장을 가장 정확히 대변해온 것으로 평가된다고 <알자지라> 방송은 전했다. 아가는 현재 아프가니스탄 정부와 진행 중인 평화협상에서 탈레반 쪽 대표로 추정돼, 그의 사임이 이후 평화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을 끌고 있다.
탈레반은 지난달 30일 파키스탄 퀘타에서 회의를 열어 만수르를 새 지도자로 추대했다. 이 자리에서 오마르의 큰아들 야쿠브와 일부 지휘관들은 그의 지명에 반대했다. 야쿠브는 만수르와 조직의 실권을 놓고 오랜 기간 경쟁관계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파키스탄탈레반도 자신들의 의사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반발했다.
4일 파키스탄 페샤와르에서 온 200여명의 종교지도자와 부족 장로들이 퀘타에서 오마르의 아들과 만나, 만수르와의 분란을 중단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뉴욕 타임스>가 보도했다. 이 자리에서 오마르의 가족들은 “만수르와 특별한 이견은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것이 후계자를 둘러싼 탈레반의 내분이 끝났다는 의미로 보이지는 않는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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