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9년 11월17일 개통된 수에즈 운하의 물길을 처음 통과한 배는 대형 요트 ‘마흐루사’였다. 요트엔 당시 이집트 통치자 케디브 이스마일 총독을 비롯해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 3세의 부인 외지니 드 몽티조 등이 타고 있었다. 146년이 지난 6일 제2 수에즈 운하를 처음 통과한 배도 150살 먹은 마흐루사다. 이집트 일간 <알아흐람>은 ‘이집트 대통령 요트’ 마흐루사가 압둘팟타흐 시시 대통령과 세계 정상들을 태우고 6일 개통한 새 운하를 처음으로 공식 운항한다고 전했다. 몽티조 황후가 승선 당시 선물한 피아노도 여전히 마흐루사 위에 있다.
이날 이집트 동북부 이스마일리아에서 열린 제2 수에즈 운하 개통식에는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40여개국의 정상급 지도자가 참석했다.
제2 운하는 불과 1년 전 발표한 시시 대통령의 경제부흥 계획의 핵심사항이었다. ‘아랍의 봄’으로 집권한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을 쿠데타로 축출하고 정권을 손에 넣은 직후였다. 시시 대통령은 이 프로젝트가 1956년 가말 압둘 나세르 전 대통령이 수에즈 운하를 국유화한 것과 아스완댐 건설에 견줄만한 국가적 위업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새 운하를 “이집트가 세계에 주는 선물”이라고 했다.
애초 건설에 3년이 걸릴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82억달러를 쏟아부어 1년만에 완공됐다. 새 운하는 35㎞ 길이의 새 물길을 뚫어 기존 운하에 연결하고, 기존 운하 중 37㎞ 구간은 너비와 깊이를 더했다. 이집트 정부는 새 운하 개통으로 현재 18시간 걸리는 수에즈 운하 통과시간을 11시간으로, 운하 통과 대기시간을 현재 11시간애서 3시간으로 단축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운하의 양방향 통행이 가능해져 현재 하루 평균 49척인 통과 선박이 2023년에는 97척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운하청은 지난해 53억달러를 기록한 운하 수입이 2023년에는 연간 132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가 이집트의 선물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돼 있을 수 있다고 <알아흐람>은 전했다. 현재 세계 무역 규모로 볼 때 해상 무역량이 급격히 늘어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다. 영국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신흥시장 담당 선임 이코노미스트 윌리엄 잭슨은 이집트가 목표한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세계 무역 규모가 연 9%씩 늘어나야 하는데 최근 4년간 평균 증가치는 2.9%에 불과해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고 했다. 또 확장 중인 파나마 운하가 2016년 개통하는 것도 수에즈의 물동량을 줄일 수 있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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