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27년째 퇴치 운동 “큰 성공”
올 파키스탄·아프간만 34건 발생
올 파키스탄·아프간만 34건 발생
인류가 소아마비를 완전히 극복할 날이 더 가까워졌다. 아직까지 주요 발병지역으로 남아있는 아프리카에서 11일로 1년째 소아마비가 자취를 감췄다. 인류 보건사에 또하나의 뜻깊은 이정표가 세워진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웹사이트에 올린 보도자료에서 “11일은 아프리카 대륙을 통틀어 소아마비가 마지막으로 발견된 지 꼭 1년이 되는 날”이라며 “이제 지구상에서 소아마비가 남아있는 곳은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두 나라뿐”이라고 밝혔다. 아프리카에선 지난해 8월11일 소말리아 중부에서 소아마비가 발병한 이래 지금까지 단 한 건의 소아마비도 보고되지 않았다. 앞서 지난달 24일엔 가장 최근 소아마비가 유행했던 나이지리아가 ‘소아마비 무풍 지대’ 1년을 기념했다.
세계보건기구는 앞으로 2년간 아프리카 지역 상황을 면밀히 관찰한 뒤 여전히 소아마비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아프리카지역인증위원회가 아프리카를 ‘소아마비 없는 지역’으로 인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희망을 가지되 끝까지 신중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얘기다.
1988년 세계보건기구가 소아마비 퇴치 운동을 처음 시작했을 당시엔 세계에서 매년 35만명의 어린이가 소아마비에 걸렸으나, 2001년 이후로는 연간 2000명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지난해 소아마비에 걸린 어린이는 359명에 그쳤다.
세계보건기구의 국제파트너십 조직인 ‘소아마비 퇴치 글로벌 이니셔티브’(GPEI)의 하미드 자파리 박사는 “이건 대단한 성공”이라고 호평하면서도 “우리의 손길이 닿지 않는 지역에 발병 사례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는 상존한다”고 강조했다. 올 들어 전세계에서 소아마비 발병은 34건이 보고됐으며, 모두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에서만 발생했다. 세계보건기구는 1994년 미주 지역에 이어, 지금까지 서태평양(2000년), 유럽(2002년), 동남아시아(2014년) 지역에 대해 ‘소아마비 박멸’ 인증을 한 상태다. 인류의 소아마비 완전 퇴치가 가시권에 들어온 셈이다.
그러나 아직은 풀어야 할 과제가 남아있다. 아프리카와 이슬람권의 일부 지역에선 주민들의 교육 수준이 낮거나 미신 등 종교적인 이유로 예방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중앙 또는 지역 정부의 부패와 보건의료 체계의 미흡함도 소아마비 완전 정복의 걸림돌이다.
소아마비는 바이러스가 중추신경계를 침범해 생기는 전염병으로, 사람에게만 병증을 나타낸다. 대다수 감염자는 별 증상 없이 넘어가거나 수막염 등 미미한 증세를 보이지만, 감염자의 약 1%는 급성이완성마비를 일으키고 지체 장애로까지 이어진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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