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시리아 난민 수용’에 고무
올 6000명 그리스 등 도착…작년 5배
IS 점령지외 바그다드 시민도 합류
올 6000명 그리스 등 도착…작년 5배
IS 점령지외 바그다드 시민도 합류
이라크 경찰관이었던 무함마드 하메드(33)는 카르발라를 떠나 지난 6일 터키 해변마을 보드룸에 도착했다. 배로 그리스로 건너가 최종 목적지인 독일로 가기 위해서다. 그는 <워싱턴 포스트>에 “많은 이라크인들이 지금 유럽으로 가고 있으며, 앞으로 많은 이들이 여행경비를 마련하는대로 이 길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독일에서 자리를 잡는대로 아내와 세 자녀도 불러들일 계획이다.
이라크 군인 출신인 알리 파디(32)도 독일로 가기 위해 보드룸에 이날 도착했다. 그는 이 신문에 “우리는 이라크를 살 만한 곳으로 만들 수 있기를 희망했으나 그렇게 할 수 없었다”며 “날이 갈수록 상황이 악화되고 있어 사람들이 떠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이라크인들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시리아 난민을 수용하겠다고 발표한 데 고무돼 대거 독일행을 택하고 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올해 그리스에 도착한 난민 가운데 시리아인들이 가장 많으며, 그 다음을 이라크인들이 차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올해 중반까지만 해도 이라크인들은 그 비중이 4% 수준이었으나,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제이주기구(IOM)는 올해 그리스와 이탈리아로 이주한 이라크인들이 6000여명으로, 지난해보다 5배 증가한 것으로 집계했다. 그러나 사람들이 등록을 꺼려, 공식 집계에 포함되지 않은 이주자는 훨씬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 타임스>는 유럽연합(EU) 외교관의 말을 인용해 “8월 중순 이후에 하루에 최소한 250명 이상의 이라크인들이 그리스 섬들에 도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라크 항공은 수요가 급증하자 최근 바그다드에서 터키 이스탄불로 가는 항공편을 하루 2편 늘렸다. 이 신문은 “최근 몇주간 독일로 간 난민들의 소식을 앱이나 친구들로부터 전해들으면서 이런 사람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행을 택하는 이라크인들에는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로부터 직접 살해 위협을 받거나, 이들의 점령으로 피난을 간 사람들이 많이 포함돼 있다. 현재 이라크 내 피난민은 약 310만명에 이른다. 그러나 장기간의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려온 바그다드 등 다른 지역 시민들도 이라크를 떠나고 있다. 특히, 이라크 정부는 이 대열에 청년층이 많이 포함된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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