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혁명수비대 사령관 ‘큰 역할’
지난달엔 모스크바서 외무회담도
미국쪽, 공조 의도·규모 파악못해
지난달엔 모스크바서 외무회담도
미국쪽, 공조 의도·규모 파악못해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격퇴를 명목으로 시리아에 군사개입을 확대하고 있는 러시아의 최근 행보가 이란과의 긴밀한 조율 끝에 가시화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시리아 방어를 둘러싼 러시아와 이란의 공조는 지난 7월 말 비밀리에 모스크바를 방문한 이란 혁명수비대 산하 국외작전 특수부대인 ‘쿠드스’ 여단의 카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미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월스트리트 저널>이 21일 보도했다. 솔레이마니 사령관은 시리아의 바샤르 아사드 정권에 대한 이란 정부의 군사·정보 지원을 총괄하고 있다.
신문이 전한 미 당국자 등의 말을 종합해보면, 솔레이마니 사령관은 모스크바 방문 당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군정보 관련 고위급, 방산업체 대표들과 두루 만났다. 그리고 지난달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이 모스크바로 건너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마주앉았다. 이와 관련해 시리아의 왈리드 모알렘 외무장관은 “모두 이 협력의 틀 안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 당국자들은 아직 두 나라의 공조의 규모나 의도의 전모는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하지만 한 고위급 인사는 “우리는 (시리아 내 러시아의 군사력 확대는) 이란과 조율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미 국방부의 한 관계자도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모스크바 방문이 러시아가 시리아 라타키아에 군사기지를 세우는 데 “굉장히 중요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현재 시리아 북부 항구도시 라타키아에 기지를 세워 무기와 인력을 보내고 있는데, 미 당국은 이란 혁명수비대 고문과 대원들뿐 아니라 이란 정부와 긴밀히 연계된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역시 이곳에 주둔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라타키아는 아사드 가문의 거점으로, 반군들의 위협이 이어지고 있는 곳이다.
전문가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시리아에 대한 군사 개입은 이슬람국가에 대응한 조처’라고 한 만큼 이슬람국가가 파괴하고 있는 고대 유적지 팔미라에 대한 작전을 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들리브주를 장악하고 라타키아를 압박해오고 있는 알카에다 시리아 지부인 누스라전선도 이들의 목표물이 될 수 있다.
서방이 러시아와 이란의 공조를 우려스런 눈으로 보고 있지만 두 나라의 장기적인 목표는 다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는 시리아 내전을 이용해 중동에서 러시아의 입지를 강화하고, 아사드 정권 붕괴 이후 시리아 정부를 구성하는 데 국제 외교의 장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반면, 이란은 당장 시리아 해안 지역과 레바논 접경 지역이 레바논과 팔레스타인 무장조직들에 대한 무기 보급로이기 때문에 이를 지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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