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러시아 본격 군사 개입
러시아의 군사개입으로 시리아 내전이 새 국면에 들어섰다. 러시아가 30일(현지시각)부터 감행한 공습으로 시리아 내전은 더욱 복잡한 구도 속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다. 주변국들과 서방의 개입으로 이미 국제전 양상인 시리아 내전에 러시아까지 본격적으로 개입해, 중동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키우려 하고 있다.
■ 시리아 내전에 다중적 영향
러시아의 군사개입이 시리아 내전의 전황에 미치는 영향은 다중적이다. 현재 수세에 몰려 있는 바샤르 아사드 정권에 도움이 될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반아사드 세력인 이슬람국가(IS)나, 친서방 온건 반군 세력 중 어느 쪽에 유리하고 불리할지는 아직 단정하기 힘들다.
러시아는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세력인 이슬람국가 패퇴를 개입 명분으로 내놓았다. 하지만 러시아 군사작전의 초점은 아사드 정권 지원이다. 첫 공습이 이슬람국가가 있는 곳이 아니라, 친서방 온건 반군 거점을 겨냥해 이뤄졌다는 미국의 주장은 이를 뒷받침한다. 아사드 정권이 존속해야만 이미 러시아가 확보한 지중해의 타르투스항 등에서 군사기지를 유지하면서, 중동에서 영향력을 키울 수 있다.
러시아가 아사드 정권 강화에 성공한다면, 장기적으로는 이슬람국가 패퇴에 힘을 보탤 수 있다. 현재 이슬람국가를 겨냥한 미국 등 연합국의 공습이 별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지상군 전력이 없기 때문이다. 지상에서 이슬람국가의 동향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공습 전후로 지상에서 대처할 전력이 없는 상태는 눈감고 권투를 하는 것과 비슷하다. 서방 연합국이 기대하는 친서방 온건 반군은 전투력이 보잘것없는데다, 이슬람국가와의 전투 의지도 없다. 반면, 아사드 정부군은 정권과 운명을 같이하려는 알라위파 등 시아파 중심으로 축소됐지만, 전투력과 의지가 상대적으로 높다. 아사드 정부군이 러시아의 공습 지원을 받으면 전투력은 배가될 것이다.
서방쪽은 아사드 퇴진이 ‘마지노선’
러시아는 아사드 퇴진땐 거점 상실
수니파 주민들은 IS 지지외 대안 없고
선택지 없는 미국은 지켜보기만
“결국 정치적 해결 낳을 것” 전망도 ■ 러시아-시아파 연대 이런 상황이 시리아 내전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인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시리아 내전 해법의 최대 난제는 아사드 정권의 퇴진 여부다. 서방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변 수니파 국가들은 아사드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며, 이 문제는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태도다. 최근 들어 미국 등 서방은 아사드 정권이 새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과도기에는 존속할 수 있다고 한발 물러서긴 했으나, 종국적인 퇴진 요구에는 변함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의 개입은 중동의 종파 분쟁을 더 강화할 전망이다. 러시아와 아사드 정권을 지원하는 이란, 레바논의 헤즈볼라, 나아가 이라크 정부를 아우르는 시아파 세력의 연대가 강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러시아-이란-시리아 아사드 정권-헤즈볼라-이라크 정부로 이어지는 시아파 연대의 강화는 역설적으로 이슬람국가의 기반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 시리아와 이라크 내에서 소외된 다수의 수니파 주민들로서는 이슬람국가를 지지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시리아 내전 구도를 더욱 장기화, 고착화할 가능성이 높다. 아사드 정권은 근거지인 알라위 산맥 서쪽의 지중해 연안에서 통제력을 더욱 굳히고, 이슬람국가는 수니파 주민들의 집중 거주지역을 더욱 확고히 장악하는 상황이 예상된다. ■ 정치적 해법 가능할까 <뉴욕 타임스>의 중동 전문가인 토머스 프리드먼은 30일 러시아의 개입은 결국 시리아에서 “정치적 해결”을 낳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러시아는 시리아에서 수니파 주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없어 결국은 정치적 해결책을 찾게 될 것이란 해석이다. 그는 “러시아와 이란이 아사드를 퇴진시켜 시리아를 떠나게 하고, 대신 반대 세력들은 아사드를 지지해온 알라위파의 안전과 이익을 지켜주는 데 동의하고, 양쪽은 그 협상을 보장할 국제적 병력을 주둔시키는 해법이 나올 수 있다”고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정치적 해결이란 러시아의 이해관계를 인정하지 않고서는 성립될 수 없다. 일단 시리아에 발을 들여놓은 러시아에 아사드 정권 퇴진은 중동의 거점 상실을 의미한다. 이란 등도 이를 수용할지 의문이다. 오히려, 지중해 연안의 아사드 정권의 세력 기반을 인정하는 선에서 타협하는 것이 러시아나 아사드 정권, 이란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공통분모이다. 이는 이미 기존 국가체제가 와해되어 사실상 분할 상태에 처한 시리아의 현실을 공식 인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러시아의 군사개입으로 새 국면을 맞은 시리아 내전의 열쇠는 결국 아사드 정권의 존속 여부에 대한 합의를 이루고 반이슬람국가 전선을 구축할 수 있느냐로 압축된다. 선택지가 없는 미국은 당분간 러시아의 개입을 지켜볼 수밖에 없고, 러시아도 조속히 이슬람국가와의 전쟁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아사드 정권 존속의 명분도 찾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러시아는 아사드 퇴진땐 거점 상실
수니파 주민들은 IS 지지외 대안 없고
선택지 없는 미국은 지켜보기만
“결국 정치적 해결 낳을 것” 전망도 ■ 러시아-시아파 연대 이런 상황이 시리아 내전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인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시리아 내전 해법의 최대 난제는 아사드 정권의 퇴진 여부다. 서방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변 수니파 국가들은 아사드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며, 이 문제는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태도다. 최근 들어 미국 등 서방은 아사드 정권이 새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과도기에는 존속할 수 있다고 한발 물러서긴 했으나, 종국적인 퇴진 요구에는 변함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의 개입은 중동의 종파 분쟁을 더 강화할 전망이다. 러시아와 아사드 정권을 지원하는 이란, 레바논의 헤즈볼라, 나아가 이라크 정부를 아우르는 시아파 세력의 연대가 강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러시아-이란-시리아 아사드 정권-헤즈볼라-이라크 정부로 이어지는 시아파 연대의 강화는 역설적으로 이슬람국가의 기반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 시리아와 이라크 내에서 소외된 다수의 수니파 주민들로서는 이슬람국가를 지지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시리아 내전 구도를 더욱 장기화, 고착화할 가능성이 높다. 아사드 정권은 근거지인 알라위 산맥 서쪽의 지중해 연안에서 통제력을 더욱 굳히고, 이슬람국가는 수니파 주민들의 집중 거주지역을 더욱 확고히 장악하는 상황이 예상된다. ■ 정치적 해법 가능할까 <뉴욕 타임스>의 중동 전문가인 토머스 프리드먼은 30일 러시아의 개입은 결국 시리아에서 “정치적 해결”을 낳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러시아는 시리아에서 수니파 주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없어 결국은 정치적 해결책을 찾게 될 것이란 해석이다. 그는 “러시아와 이란이 아사드를 퇴진시켜 시리아를 떠나게 하고, 대신 반대 세력들은 아사드를 지지해온 알라위파의 안전과 이익을 지켜주는 데 동의하고, 양쪽은 그 협상을 보장할 국제적 병력을 주둔시키는 해법이 나올 수 있다”고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정치적 해결이란 러시아의 이해관계를 인정하지 않고서는 성립될 수 없다. 일단 시리아에 발을 들여놓은 러시아에 아사드 정권 퇴진은 중동의 거점 상실을 의미한다. 이란 등도 이를 수용할지 의문이다. 오히려, 지중해 연안의 아사드 정권의 세력 기반을 인정하는 선에서 타협하는 것이 러시아나 아사드 정권, 이란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공통분모이다. 이는 이미 기존 국가체제가 와해되어 사실상 분할 상태에 처한 시리아의 현실을 공식 인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러시아의 군사개입으로 새 국면을 맞은 시리아 내전의 열쇠는 결국 아사드 정권의 존속 여부에 대한 합의를 이루고 반이슬람국가 전선을 구축할 수 있느냐로 압축된다. 선택지가 없는 미국은 당분간 러시아의 개입을 지켜볼 수밖에 없고, 러시아도 조속히 이슬람국가와의 전쟁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아사드 정권 존속의 명분도 찾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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