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카스피해 함대 소속 함선에서 7일 크루즈 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러시아 해군은 1500㎞ 떨어진 시리아의 이슬람국가(IS) 거점들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소치/EPA 연합뉴스
1500㎞ 거리 카스피해 함선서 26기 발사…“IS 11개 목표물 타격”
이란·이라크 등과 사전 경로 조율…시아파 정권과 동맹 노골화
시리아 정부는 지상공격…미 “러 전략은 잘못, 계속땐 협력없다”
이란·이라크 등과 사전 경로 조율…시아파 정권과 동맹 노골화
시리아 정부는 지상공격…미 “러 전략은 잘못, 계속땐 협력없다”
지난달 30일 공습을 시작으로 시리아 내전에 전격 개입한 러시아가 7일 카스피해에서 미사일 공격까지 감행했다. 러시아가 하늘과 바다에서 공격하는 동안 시리아 정부군은 땅에서 진격을 시작했다. 미국은 ‘러시아의 전략’을 비판하고 이슬람국가(IS)에 대한 정보제공 등 러시아와의 협력을 거부하며 미-러 갈등도 불거지고 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로시야-1> 방송에 중계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대면보고에서 “공습은 112개의 목표물을 타격했다”며 “함선 4척에서 11개 목표물에 26기의 크루즈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슬람국가 지휘본부와 탄약·군용차량 창고, 대원 훈련 캠프 등 “모든 목표물은 파괴됐고 민간인 피해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카스피해에 있는 함선에서 표적까지의 거리는 1500㎞ 이상이었다.
러시아 국방부는 별도의 성명에서 시리아 북서부 락까, 이들리브, 알레포 등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푸틴은 “러시아군의 훌륭한 준비태세를 증명한 성과”라고 치하했다.
러시아가 크루즈 미사일을 발사한 카스피해는 세계 최대의 염호로, 러시아, 이란, 아제르바이잔 등이 인접해 있다. 이곳에서 시리아로 미사일을 쏘려면 이란과 이라크 상공을 지나야 해 이번 해상 공격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러시아 국영 <아르티>(RT) 방송은 “미사일이 민간에 위협이 되지 않도록 파트너들과 (발사) 경로를 조율했다고 러시아 국방부가 밝혔다”고 전했다.
러시아와 이란·이라크·시리아 등 이슬람 시아파 정권의 동맹이 노골화되는 모양새다. 러시아가 해상과 공중에서 공격을 진행할 때 시리아 정부군은 지상전에 나섰다. <뉴욕 타임스>는 이번 봄 이후 정부군이 “방어에서 공격으로” 처음 전환했다고 전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이 이날 쇼이구 장관에게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의 발언을 언급하며 ‘자유시리아군(FSA)과 아사드 정부군의 통합을 시도해볼만 하다’고 말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푸틴은 “향후 시리아의 정치적 안정을 위한 좋은 상황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자유시리아군은 미국 등 서방의 지원을 받고 있는 반군으로, 알카에다의 시리아 지부인 누스라전선, 아흐라르 앗샴 등과 수니파 반정부군 연합인 ‘정복군’에 속해 싸우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지금껏 이슬람국가와 다른 반군들을 ‘테러리스트’로 통칭하며, 반군의 거점인 이들리브주와 하마 등을 집중 공습해왔다.
7일 공격도 러시아와 시리아 정부는 알레포와 락까 등 이슬람국가 점령 지역을 타격했다고 밝혔지만, 서방은 여전히 반군 거점인 하마와 이들리브 남쪽에서 주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미 국무부는 러시아가 지금까지 실시한 시리아내 공습의 90% 이상이 이슬람국가와 알카에다 연계세력과 무관한 반군을 대상으로 했다고 주장했다.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은 이날 “러시아는 이슬람국가에 속하지 않는 목표물들을 계속 공습하고 있으며 이 전략은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이를 러시아의 ‘근본적 실수’라고 말한 카터 장관은 “러시아와 협력 문제를 조율한 것이 없다”며, 러시아가 전략을 바꾸지 않는 한 협력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앞서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러시아와 시리아내 이슬람국가 근거지 등에 대한 정찰 정보를 공유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러시아 카스피해서 크루즈 미사일 발사
이날 63살 생일을 맞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소치에서 열린 러시아 나이트하키리그의 새 시즌을 여는 갈라 개막 경기에 참가했다.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을 비롯해 과거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선수 등과 함께 경기를 뛴 푸틴은 이날 7골을 기록하며 자신이 속한 올스타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이 대회는 푸틴이 2011년 직접 만든 아마추어 하키 리그다. 소치/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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