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95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날 폭탄 테러가 발생한 뒤 수많은 시민들이 거리로 몰려 나와 테러를 비난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 연합뉴스
부상 246명중 중태 48명…사망 늘듯
쿠르드계 정당 지지자 등 희생
정부, IS보다 쿠르드족과 전쟁 힘써
터키·쿠르드족·IS 모두 용의선상에
시민 수천명 거리 나와 희생자 추모
쿠르드계 정당 지지자 등 희생
정부, IS보다 쿠르드족과 전쟁 힘써
터키·쿠르드족·IS 모두 용의선상에
시민 수천명 거리 나와 희생자 추모
터키 사상 최악의 폭탄테러가 일어나 최소 95명이 목숨을 잃었다. 터키 정부와 쿠르드족 무장단체 사이 평화를 촉구하는 집회에서 참사가 일어나, 터키의 쿠르드족 문제가 더욱 악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10일 터키 수도 앙카라의 기차역 부근에서 폭탄이 두 차례 터져서 터키 정부 공식 집계로만 최소 95명이 숨지고 246명이 다쳤다고 현지 신문 <휘리예트>가 전했다. 246명 중 48명은 중태이기 때문에 희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터키 역사상 최악의 폭탄테러로, 터키판 9·11 테러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폭탄은 이날 정오께 쿠르드계 정당인 인민민주당(HDP) 지지자들과 노동조합원들이 터키 정부와 무장투쟁 단체인 쿠르드노동자당(PKK) 간의 평화를 촉구하는 집회를 하는 도중 터졌다. 집회 참가자들이 서로 손을 잡고 춤을 추는 도중에, 굉음과 함께 폭탄이 두 차례 터졌다. 아흐메트 다우토을루 총리는 자살폭탄 테러범 2명이 테러를 저질렀다는 “강력한 흔적”이 있다고 말했다.
누가 왜 테러를 저질렀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다만, 정황상 터키 정부와 쿠르드노동자당 사이 화해를 원하지 않는 이들의 소행일 가능성이 있다. 쿠르드족은 터키와 이라크, 시리아, 이란 등에 약 3000만명이 흩어져 살지만, 어느 곳에서도 독립국가를 세우지 못했다. 터키 정부는 쿠르드족의 분리독립 움직임을 경계해왔다. 터키는 최근 이라크와 시리아에 사는 쿠르드족이 이슬람국가(IS)와 맞서 싸우면서 세력을 키워가자, 자국 내 쿠르드족도 이에 영향을 받을까 우려해왔다. 터키는 이슬람국가 공격에 협조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쿠르드족과의 전쟁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터키 정부는 쿠르드노동자당과 2013년에 휴전을 했으나 올해 여름부터 전쟁이 재개됐다.
터키와 쿠르드족 그리고 이슬람국가 사이 역학 관계 때문에 이번 테러의 용의선상에는 모두가 오를 수 있다. 다우토을루 총리는 “이슬람국가, 쿠르드노동자당이 테러를 저질렀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슬람국가는 자신들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쿠르드족과 터키의 화해가 달갑지 않을 것이다. 지난 7월 터키와 시리아 국경 근처 도시인 수루츠에서 33명의 목숨을 앗아간 폭탄테러도 이슬람국가 소행이라는 추정이 많았다. 익명의 터키 정보 당국 관계자는 이번 테러도 이슬람국가 소행이라고 추정한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터키 정부가 조기 총선을 앞두고 일부러 유혈충돌을 벌여서 표를 얻으려고 꾸민 자작극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 6월 터키 총선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정의개발당(AKP)은 2002년 이후 처음으로 과반의석을 확보하지 못해 정부 구성에 실패했고, 이 때문에 다음달 1일 조기 총선이 열린다. 지난 총선에서 약진한 당은 쿠르드 계열 인민민주당으로 12%를 득표했다. 12년간 총리를 지냈던 에르도안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장기집권 길을 넓히려 했지만 총선 패배로 차질이 생겼다.
터키 정부는 사흘간의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하지만 셀라핫틴 데미르타쉬 인민민주당 대표는 “그렇게 강력한 정보 네트워크를 보유한 정부가 어떻게 이런 공격에 대한 사전 정보가 없을 수 있느냐”며 정부를 비판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터키 경찰이 테러 뒤 현장에서 시위대를 해산하며 부상자 치료를 위해 달려온 구급차 진입을 막았다는 터키 시위대 증언도 있다고 보도했다.
테러 다음날인 11일 앙카라에서는 시민 수천명이 나와 희생자를 추모했다고 <휘리예트>는 전했다. 터키 정부는 이날 터키 남동부와 이라크 북부에 있는 쿠르드노동자당 근거지에 폭격을 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10일 터키 앙카라에서 쿠르드계열 인민민주당(HDP)과 노조원들이 정부와 쿠르드족 무장단체 사이 평화를 촉구하는 집회 현장에서 손을 맞잡고 춤을 추는 순간 뒤에서 폭탄이 터지는 모습. 앙카라/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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