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중동·아프리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끝나지 않는 ‘피의 보복’

등록 2015-10-14 20:03수정 2015-10-14 22:10

팔레스타인 청년, 시위군중서 ‘외로운 늑대’로…공격 개별화

칼·드라이버 등 생활용구로 기습
이달 공격한 23명중 14명 ‘20살 이하’
조직·이념 아닌 SNS 영상이 영향
이스라엘, 도심에 첫 군병력 배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부레이지에서 13일 팔레스타인 주민이 이스라엘군 불도저를 향해 돌진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시위대는 이날 부레이지와 이스라엘 사이에 쳐진 철책을 무너뜨리려다 이스라엘군과 충돌했다. 부레이지(가자지구)/AFP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부레이지에서 13일 팔레스타인 주민이 이스라엘군 불도저를 향해 돌진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시위대는 이날 부레이지와 이스라엘 사이에 쳐진 철책을 무너뜨리려다 이스라엘군과 충돌했다. 부레이지(가자지구)/AFP 연합뉴스
10월 들어 불붙고 있는 팔레스타인에서의 폭력 사태가 새로운 형태의 인티파다(민중봉기)로 전개되고 있다. 비조직화된 개인들이 칼 등 생활도구를 가지고 주변의 이스라엘 민간인을 기습하고 있다. ‘시위 군중’ 대 ‘진압 병력’이라는 대치선이 있던 기존의 대중봉기 형태의 인티파다에서 비조직 개인들의 무정형 폭력 투쟁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스라엘 당국은 당혹하고 있고, 이스라엘 시민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13일 오전 예루살렘과 그 인근에서는 2시간 사이에 거리를 지나는 이스라엘 민간인들을 기습하는 사건이 4건이나 일어났다. 이 공격으로 이스라엘 유대인 세명이 숨지고, 적어도 12명이 부상했다. 특히 두명의 공격자는 예루살렘의 대중버스에 타고서는 총과 칼로 승객들을 공격해, 두명을 숨지게 했다. 예루살렘의 초정통파 유대교 마을에서는 통신회사의 한 팔레스타인 노동자가 회사 차량을 인도로 돌진시킨 뒤 차 밖으로 나와서 육가공용 칼로 행인들을 공격해 한명이 숨졌다. 라아나나에서도 2건의 칼을 사용한 공격이 보고됐다.

지난 1일 이후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전역에서 24건의 이런 공격으로 이스라엘 유대인 7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부상했다. 팔레스타인 쪽도 30명이 숨졌다. 팔레스타인인은 이런 형태의 기습 공격을 감행한 뒤 현장에서 사살당하거나, 이스라엘 진압 병력과의 충돌 과정에서 숨졌다. 또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시위 과정에서 1300명이 부상했다.

최근의 폭력 사태는 조직화된 무장단체 대원들의 자살폭탄 공격이 난무했던 2000년 2차 인티파다와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공식적인 정치운동과 관련이 없는 개별 젊은이들의 자발적인 투쟁이 선도하고 있다. 그들의 공격 도구도 총 등 화기가 아니라 소형 칼, 스크루드라이버, 심지어 감자껍질 벗기개 등 생활용구들이다. 또 이들의 폭력 투쟁을 촉발하는 것은 조직이나 이념이 아니라, 스마트폰이 전하는 동영상이다. 10월 이후 이런 개인적 차원의 공격을 한 23명 가운데 14명이 20살 이하였다. 한명은 13살이었다.

전기공인 수브히 아부 칼리파(19)의 사례가 전형적이다. 그는 예루살렘 구시가지에서 한 유대인 남성을 칼로 찌른 팔레스타인 여성이 현장에서 이스라엘 경찰에 의해 사살당하는 동영상을 반복해 밤새도록 지켜봤다. 그날 아침 피곤하고 발이 아프다며 일어나지 않고 출근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전날 산 칼을 날카롭게 갈았다. 그는 이날 예루살렘의 경찰청 본부 근처를 지나는 한 이스라엘 시민을 칼로 찔러 숨지게 했다.

“지금 우리가 보는 것은 발만 가진 뇌 없는 문어 같은 것이다. 정교할 필요가 없다. 15살짜리 소년들이 집 안의 칼을 들고 나와서 달려들고 있다. 그게 전부이다.”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국가안보연구소 연구원 오리트 페를로프는 최근 팔레스타인 폭력 투쟁을 <뉴욕 타임스>에 이렇게 한마디로 정의했다.

‘외로운 늑대’ 형태의 개인적인 차원의 테러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최근 사태는 ‘외로운 늑대’형 테러가 더욱 대중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과거 ‘외로운 늑대’형 테러리스트는 개인적 차원의 오랜 숙고를 거치고 어떤 형태로든 막판에 조직적 도움을 받았다. 또 폭탄과 화기 등을 이용한 치밀한 대형 테러였다. 최근 팔레스타인 젊은이들의 테러는 더 즉흥적이고 간소화했다.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팔레스타인 젊은이들 사이에서 떠도는 한 만평은 이런 성격을 잘 보여준다. 이 만평은 위협적인 단도를 자세히 그려놓은 뒤 “어려운 게 아니다. 부엌에 다가가서 신의 이름으로 나가라”는 문구를 적어놓았다.

이스라엘의 한 치안 관리는 이런 투쟁에 나서는 이들이 “당일 아침이나 길어야 하루이틀 전에” 결심을 해, 이스라엘 쪽에서 “이를 막을 기회는 제로”라고 말했다. 이들은 독실한 무슬림의 상징인 턱수염이 없는 등 이슬람주의의 영향을 받은 흔적도 없고, 실제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인 하마스 등과의 연관도 드러나지 않았다.

이스라엘 쪽은 비상이 걸렸다. 이스라엘 정부는 14일 예루살렘 등 흉기 공격이 감행된 도시의 주요 거리에 처음으로 군 병력을 배치하고 검문소를 설치했다고 <예루살렘 포스트>가 전했다. 앞서 13일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비상 각의를 열어,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된 알아크사 사원에 대한 이스라엘 정치인들의 방문을 금지했다. 이 자리에선 전면적인 통행금지령 선포 등도 논의됐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