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외교가의 거인 헨리 키신저(92) 전 국무장관이 사실상 시리아·이라크 분할론을 시리아·이라크 전쟁의 해법으로 주장했다.
키신저는 17일 <월스트리트 저널>에 ‘중동 붕괴에서 벗어나는 길’이라는 기고에서 이슬람국가(IS)가 현재 장악한 영토가 회복되면 수니파 아랍계 주민의 통치로 돌려줘야 하고, 바샤르 아사드 시리아 정권의 알라위파의 자치도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슬람국가 파괴가 아사드의 타도보다 더 급박하다”며 “(이슬람국가가 점령한) 영토가 테러리스트들의 영원한 피난처가 되지 않게 보장하는 것이 우선시돼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위해서는 “이라크와 시리아의 주권이 나눠지기 전부터 그곳에 존재하던 수니파 통치 아래로 이 영토가 돌아가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이슬람국가는 현재 이라크와 시리아의 수니파 아랍계 지역을 점령하고 있다. 수니파 주민들에 대한 보호를 내세우며, 이라크의 시아파 정부와 알라위파(시아파의 분파)인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과 종파분쟁적 내전을 벌이고 있다. 이슬람국가가 점령한 수니파 아랍계 지역은 1차대전 뒤 영국과 프랑스에 의해 일방적으로 시리아와 이라크로 분할됐다.
키신저는 “테러리스트들의 지역이 해체되고 온건한 정치세력의 통제에 들어가면, 시리아의 미래도 동시에 다뤄져야 한다”며 “알라위파와 수니파 지역 사이에 연방 체제가 세워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알라위파 지역이 시리아 연방체제의 한 부분이 되면, 아사드의 역할을 위한 대목이 존재할 것이고, 이는 대량학살이나 테러리스트들의 승리로 귀결될 혼란의 위험을 줄일 것이다”고 말했다. 그가 제시하는 해법은 △미국을 비롯한 중동의 국가들이 우선 이슬람국가를 해체한 뒤 △그 지역을 수니파 아랍계 주민들의 자치로 넘기고 △아사드 정권은 알라위파 지역으로 축소하자는 것이다. 이라크와 시리아가 사실상 분할되는 셈이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 뒤 혼란이 거듭되자, 당시 리처드 홀브룩 외교특사는 이라크를 수니파·시아파·쿠르드족의 자치국가로 구성되는 연방제를 제안하며 3분할론을 제시한 바 있다. 시리아와 이라크의 내전이 연동되면서 이슬람국가가 두 나라의 영토를 장악하자, 시리아와 이라크를 사실상 분할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최근 나오고 있다. 이라크 내의 시아파 국가, 쿠르드족 국가, 이라크와 시리아에 걸친 수니파 국가, 시리아 내의 알라위파 국가로 나누어 실질적 자치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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