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내전에서 머리와 다리에 파편을 맞은 아홉 살 난 소년 파리드 샤우키가 고통스러운 상황에서도 의료진에게 “저를 땅에 묻지 말아 주세요(Don’t bury me)”라며 울고 있다. 예멘의 사진작가 아흐메드 바샤가 찍은 동영상을 캡처한 것이다. CNN 화면 캡처
내전 7개월 최소 500여명 어린이 숨져
혼란 틈타 알카에다와 IS 세력 확장 중
주변 강대국 적극적 해결 의지 안보여
혼란 틈타 알카에다와 IS 세력 확장 중
주변 강대국 적극적 해결 의지 안보여
3월26일 개시된 사우디아라비아의 예멘 반군 폭격으로 불붙어 7개월째 접어든 예멘 내전은 중동의 다른 지역에서 벌어지는 유혈분쟁과 달리 암담하기 짝이 없다.
예멘은 이라크처럼 석유가 풍부한 곳도 아니고, 시리아와 같이 지정학적인 요충지가 아닌 탓에 주변 강대국들이 적극적으로 해결해 보려는 노력이 없다.
미국 정부마저 사우디에 사실상 예멘 내전을 일임하고 손을 뗐다.
이란의 세력 확장에 다급해진 사우디가 수니파 아랍국을 이끌고 공중과 지상에서 예멘 시아파 반군을 맹공하고 있을 뿐이다.
시아파 반군의 배후로 의심되는 이란은 국경을 맞댄 시리아처럼 직접 개입하지 않고 한 발짝 떨어져 있다. 이란의 입장에선 사우디의 뒷마당인 예멘에서 시아파 반군이 정치적 입지를 확보하면 ‘금상첨화’지만 반군이 패배하더라도 큰 손해는 없기 때문이다.
유엔만 휴전 협상을 성사해보려고 분주히 사우디와 반군 사이를 오가고 있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다.
걸프지역에 이란이 진출할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는 예멘 시아파 반군과 정치협상으로 권력을 분점할 뜻이 전혀 없는 사우디는 아예 이들의 싹을 자르기 원하기 때문이다.
사우디는 이미 수도 사나와 북부지역 일부를 손에 넣은 반군의 무장해제와 완전철수를 휴전 협상의 전제로 요구하고 있다.
모두다 예멘 내전의 평화적 해결을 바란다면서도 모두가 외면하는 잊힌 전쟁이 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내전의 혼돈을 틈 타 예멘 알카에다와 ‘이슬람국가’(IS)가 점점 세력을 키우고 있다. ‘희망의 복원’으로 명명된 사우디군의 작전명이 무색할 정도로 예멘은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절망의 땅이 됐다.
전쟁은 예멘의 현재뿐 아니라 이 나라의 미래인 어린이들마저 짓밟아 버렸다.
유니세프가 이달 2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사우디의 공습이 시작된 3월26일 이후 유혈사태로 최소 505명의 어린이가 숨졌고 702명이 부상했다. 전체 민간인 사망자의5분의 1을 차지한다.
예멘에서 구호 활동을 벌이는 단체는 현장의 참상을 알리는 사진과 동영상을 홈페이지에 게시하면서 ‘보기에 불편할 수 있다’는 경고문을 적어 두는 경우가 많다.
의사에게 “제발 나를 땅에 묻지 말아달라”고 겁에 질려 울먹이는 동영상으로 전 세계에 예멘 내전의 참상을 알리고 죽은 파리드 샤키(6)의 동영상만큼이나 응시하기 어려운 장면이 하루에도 몇 번씩 되풀이되는 것이다.
포탄만큼 예멘 어린이의 생존을 위협하는 건 식량부족 사태다.
내전이 장기화하는 데다 교전과 공습이 구호물자와 식량이 도착해야 하는 남부 항구에 집중되면서 어린이 170만여 명이 영양실조의 위험에 놓였다.
대표적인 최빈국 예멘은 내전 전에도 식량자급률이 10%가 채 되지 않는 식량 부족국가였다. 전쟁이 터지자 식량 수입이 끊겨 어린이들의 입에 들어갈 식량이 턱없이 부족해졌다.
5세 미만의 어린이 53만7천 명이 현재 심각한 영양실조 상태로, 전쟁통에 3배로급증했다. 같은 연령대의 어린이 120만 명은 일반적 영양실조를 겪고 있다. 이 숫자도 전쟁이후 배로 많아졌다.
예멘의 18세 미만 어린이와 청소년의 80%에 해당하는 1천만 명은 인도적 긴급구호가 절실한 상황이다.
유니세프 예멘지부 대표 줄리언 하니스는 “집과 학교, 지역사회가 파괴됐고 병과 영양실조로 어린이들의 생명이 위험에 처했다”며 “하루하루 지날수록 어린이들의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이 산산히 부서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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