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고 수준 유류보조금 손볼듯
‘기름 부자’ 사우디아라비아가 자국내 휘발유 값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재정난 탓이다.
사우디의 알리 나이미 석유장관은 26일 리야드에서 열린 에너지 관련 회의에서 “모든 가격은 오르게 돼 있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기자들이 “(휘발유 값 인상에 대해) 검토하고 있느냐?”고 묻자, 나이미 장관은 “그렇다”고 답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27일 전했다.
26일 기준 사우디 내 휘발유 가격은 ℓ당 16센트(180원)로 베네수엘라와 리비아에 이어 세계에서 가장 휘발유 가격이 싼 나라에 들어간다. <아에프페> 통신은 사우디에서 자동차에 휘발유를 가득 채우는 데, 세단은 6달러, 스포츠실용차(SUV)는 18달러면 될 정도라고 전했다. 사우디 국민들의 연료 소비량도 1971년 이후 9배 늘었으며, 1인당 연료 소비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사우디 정부는 자국 내 싼 석유가격을 유지하기 위해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유류 보조금을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2013년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의 연구에 따르면 사우디가 2012년 유류 보조금으로 지출한 돈이 250억달러에 이른다.
더욱이 국제 유가가 지난해 배럴당 100달러선에서 최근 50달러선으로 폭락해 석유 수출이 주 수입원인 사우디의 재정난은 가중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사우디의 올해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19.5%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사정이 비슷한 중동의 또다른 산유국 아랍에미리트연합(UAE)도 재정난 때문에 지난 7월부터 유류 보조금을 폐지하며, 휘발유 가격 인상을 용인했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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