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디스트 벨모크타르가 만든
서아프리카 지부 ‘무라비툰’ 성명
“조직원 석방·침략 중단” 요구
북부서 밀려나자 테러 가능성도
서아프리카 지부 ‘무라비툰’ 성명
“조직원 석방·침략 중단” 요구
북부서 밀려나자 테러 가능성도
20일 아프리카 말리 수도 바마코에서 22명이 숨진 호텔 인질극 테러는 알카에다 서아프리카 지부인 무라비툰이 저지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슬람국가(IS)가 프랑스 파리에서 연쇄테러를 벌인 지 일주일 만에 이슬람국가와 경쟁관계에 있는 알카에다 세력이 프랑스군이 주둔하는 말리에서 테러를 벌여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무라비툰은 인질극 도중 공개한 성명에서 “우리가 ‘알카에다 이슬람 마그레브’(AQIM) 형제들과 함께 바마코의 래디슨 호텔 인질작전을 벌였다”고 밝혔다. 이들은 “말리의 감옥에 투옥된 모든 무자헤딘(이슬람 전사)의 석방”과 “말리 북부와 중부의 우리 세력에 대한 침략 중단”을 인질 석방의 전제 조건으로 꼽았다.
말리는 2012년 군부 쿠데타 이후 내전에 휩싸인 상태다. 이 틈을 타 오래전부터 분리독립 운동을 벌여왔던 투아레그 부족은 북부에 있는 아자와드 지역의 독립을 선언했다. 북아프리카에서 활동하는 알카에다 연계 조직들이 이 부족을 지원했다. 하지만 곧 알카에다 세력은 투아레그 반군 지도자들을 몰아내고 말리 북부를 장악했다. 이들은 이곳을 10개월 동안 점령하다, 2013년 프랑스군의 군사개입으로 사막으로 밀려났다. 투아레그 반군 쪽은 수차례의 협상 끝에 올해 6월 말리 정부와 평화협상을 타결했다. <가디언>은 이번 테러가 이 평화협상을 무위로 돌리기 위한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고 전했다.
무라비툰은 ‘애꾸눈’ 지하디스트로 악명 높은 모크타르 벨모크타르(43)가 2013년에 만든 조직이다. 벨모크타르는 사망설이 제기됐으나 미국 정보당국은 그가 살아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알제리 출신인 그는 19살이던 1991년 아프간전에 참전하며 지하디스트의 길로 들어섰으며, 알제리 내전에서도 활약했다. 알카에다 북아프리카 지부인 ‘알카에다 이슬람 마그레브’의 사하라파를 이끌던 중 내부 권력투쟁에서 밀려나 2012년 독자적인 무장단체 ‘마스크를 쓴 여단’을 결성했다. 그는 2013년 말리 이슬람 세력인 서아프리카통일지하드운동(MUJAO)과 조직을 통합해 무라비툰을 결성하고 알카에다 서아프리카 지부라고 선언했다. 그해 알제리 천연가스 시설에서 800여명을 붙잡고 인질극을 벌이다 39명을 살해한 테러도 그가 저지른 것이다.
미국 해버퍼드대학의 수재나 윙 교수는 이번 사건에 대해 “말리에서 존재감을 각인하고 싶어하는 알카에다 연계 조직들의 욕망이 드러났다”고 분석했다. 중동 전문가 로널드 세인트존도 <알자지라>에 “외국인을 타격하는 것은 엄청난 관심과 홍보 효과를 가져온다”면서 이들이 자신의 위력을 과시해 용병을 모집하는 데 활용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알카에다 지지자들은 온라인에서 말리 테러를 칭찬하며 이슬람국가와 알카에다의 차이를 부각했다. 무라비툰은 호텔 테러 당시 인질들에게 종교에 대한 질문을 하거나 코란의 구절을 읊어보라고 요구해 살해 대상을 걸러냈다. 알카에다는 테러 때 무슬림 민간인들이 피해를 보지 않아야 한다는 내부 지침을 갖고 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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