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들 정책변화 없다면서도
막후서 배럴당 60~80달러 언급
재정 버티기도 한계 봉착
막후서 배럴당 60~80달러 언급
재정 버티기도 한계 봉착
세계 최대 석유 수출국 사우디아라비아가 최근의 저유가 정책을 수정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우디는 최근 지속된 저유가로 석유업계의 투자가 위축돼 향후 공급량이 심각하게 줄어들 우려가 있다며 막후에서 원유가격 인상을 도모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26일 보도했다. 사우디는 지난해부터 폭락한 원유값을 반등시키기 위해서 자국의 공급량을 줄일 의사가 없다는 뜻을 밝혀왔다. 이는 저유가로 인한 이익 감소를 무릅쓰고라도 자국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해 미국 셰일업계 등 새로운 경쟁자들을 무력화시키겠다는 전략이었다. 현재 원유값은 배럴당 45달러 내외이다.
사우디 관리들은 현재의 정책을 당장 뒤집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막후에서는 원유값을 배럴당 60~80달러로 안정화시키기를 원한다고 말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 정도의 가격대면, 현재의 수요를 감당하면서도 셰일가스 등 대안 에너지들의 과다 공급을 막을 수 있는 것이다. 사우디가 지난해 이후 저유가를 용인하는 것은, 과거의 고유가가 셰일가스의 개발을 촉진시켜 자국의 시장 지배력을 약화시켰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사우디는 저유가에도 불구하고 지난 6월 하루 1060만배럴로 생산량을 늘렸다가, 10월 들어서는 1030만배럴로 줄였다.
저유가로 사우디의 재정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지적도 있다. 사우디는 최근 비축했던 외환보유고에 의지하고 있고, 국제채권 시장에서 국채 발행도 검토하고 있다. 사회복지 비용과 예멘 내전 개입에 따른 국방비용을 감당하기 위해서다. 석유수출국기구(오펙)의 다른 회원국을 배려하려는 의도도 있다. 배럴당 100달러를 넘을 때도 베네수엘라나 에콰도르 등 회원국은 재정 수지를 맞추기 힘들었다.
하지만, 사우디의 정책 선회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 또 그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사우디로서는 당장 중국에서 러시아와 경쟁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제재 해제로 이란의 원유가 국제시장에 나온다. 현재의 저유가는 기본적으로 불황으로 인한 수요 감소에다가, 생산이 늘어난데서 기인한다. 사우디의 의지만으로 이런 기본 수급 구조를 바꾸기는 힘들다는 지적도 많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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