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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사우디 첫 여성의원…최소 18명 탄생

등록 2015-12-14 20:14

인권·여권 후진국가 변화 첫 걸음
선출된 전체의원의 1%도 안되지만
투표율 80%대…남성의 갑절 기록
사우디아라비아 여성이 사상 첫 선거권을 행사한 12일 지방의회 선거에서 적어도 18명의 여성 지방의원이 탄생했다. 인권과 여권 모두 후진국으로 꼽히는 보수왕정 국가 사우디가 변화를 향한 작은 발걸음을 뗀 것이다.

<알자지라>방송은 14일 역사상 3번째로 치러진 사우디 지방의회 선거에서 적어도 18명의 여성 의원이 선출됐다고 보도했다. 이번 선거는 2106명을 뽑아, 여성 당선자는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와 별도로 지방의원의 3분의1인 1053명은 정부에서 지명해 실제 여성의 비율은 더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제다에서 당선된 라샤 히프지는 “우리는 사자의 입에서 (승리를) 꺼내왔다”고 현지 일간 <사우디 가제트>에 말했다. 투표에 앞서 그는 “처음이고, 우리가 남성들을 상대로 경쟁하기 때문에 굉장히 어렵다”고 말했다. 73살의 전직 교육부 직원 에산 샬란은 “이런 일이 현실이 될지 생각하지도 못했다”며 “여성에게 목소리를 부여하는 것은 깊이 바랐던 바”라고 감격해 했다. 여성들을 위해 마련된 투표장에서 “마브루크”(축하)를 외치며 셀카를 찍는 등 역사적 현장을 기념하는 여성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사우디 언론은 남서부 산간지역인 바하주의 여성 투표율이 82.5%를 기록해 남성의 갑절이었고, 북서부 타북주도 여성 유권자의 80%가 투표에 나섰다고 전했다. 사우디 지방선거관리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이날 70만2542명이 투표해 47.4%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여성의 선거 참여는 지난 1월 숨진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국왕이 2011년 여성 참정권을 보장하면서 이뤄졌다. 이후 2013년에는 150명으로 구성된 국왕 최고 자문기구 슈라위원회도 20%(30명)를 여성에게 할당했다.

역사적인 여성 참정권 보장에도 사우디의 여성차별은 여전히 심각하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사우디 여성은 미국 <엔피아르>(NPR)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참정권이 주어진 것은 마치 살 곳이 필요한 사람에게 캐시미어 스웨터를 준 꼴”이라고 했다. 그는 이번 선거와 투표가 자신의 일상생활에 어떤 영향도 끼칠 수 없다고 했다. 사우디에서는 여성이 공공장소에서 살을 드러내는 옷을 입지 못하며 운전을 하다 적발되면 처벌을 받는다. 여성들이 직장을 갖거나 여권을 신청할 때는 반드시 남성 보호자의 승인이 필요하고 발급된 여권은 남성 보호자만이 찾을 수 있다. 언론인 출신의 마날 샤리프는 “충분하지 않지만 첫 걸음”이라고 평가했다. 제다에서 후보 등록을 했으나 거부된 그는 “이후엔 우리에게 더 많은 문이 열릴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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