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밀매가 이슬람국가(IS)의 최대 수입원으로 꼽히며 미국 등 연합군이 원유 시설에 공습을 집중하는 가운데, 이슬람국가가 점령 지역에서 걷는 세금만으로도 경제가 굴러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십일조와 비슷한 ‘자카트’ 근거
생산·상업·공무원임금 등에 과세
농부들, 경작지 따라 5~10% 내야 각 지방엔 약탈품 사무소 설치
대원들, 현지인 절반가격에 구매
‘555만원짜리’ 기아차→277만원
<파이낸셜 타임스>는 14일 이슬람국가가 점령지역 경제의 구석구석까지 손을 뻗쳐 연 수백만달러씩의 이익을 가로채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상업과 농업, 송금, 이라크 정부가 현지 공무원들에게 지급했던 임금에까지 손을 대고 있다. 이렇게 거둬들인 수익은 원유 밀매만큼의 수입원이 된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슬람국가의 지난해 원유 밀매 수입은 4억5000만달러(53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슬람국가가 기본적으로 걷는 세금은 기독교의 십일조와 비슷한 ‘자카트’다. 자카트는 예언자 무함마드 시절부터 무슬림의 기본 의무 중 하나로, 능력이 되는 무슬림들에게 소득의 2.5%를 자발적으로 기부하도록 한 규범이다. 이슬람법은 자카트를 가난한 순례자나 빚을 갚지 못하는 사람, 걸인 등을 위해 쓰도록 해 일종의 구빈세로 일컬어져 왔다. 이슬람국가는 자카트가 ‘성전에 나선 사람’에게 쓰일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징수를 정당화하고 있다. 자카트의 주요 수입원 중 하나는 농업이다. 농부들은 경작지에 따라 5~10%를 내게 되는데, 가축과 농작물, 때로는 현금을 요구받는다. 곡물과 면화에서 자카트로 2000만달러, 이들이 장악한 창고의 곡물까지 포함하면 모두 2억달러를 챙기는 것으로 보인다.
이슬람국가는 시리아와 이라크 영토의 상당 부분을 장악하기 전부터 지역 사회에서 막대한 수익을 거둬들였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랜드연구소의 보고에 따르면, 이슬람국가는 지난해 6월 이라크 제2의 도시 모술을 점령하기 전에 이미 8억7500만달러를 모술의 시민과 사업체들에서 가로챘다. 이후 칼리프 국가를 선언하면서 이슬람국가는 윌라야라고 불리는 각 지방에 ‘전리품’ 사무소를 설치했다. 이곳 관리들은 약탈품의 가치를 달러로 계산해 공격에 참여했던 대원들에게 해당 가치의 20%를 지급해왔다. 군수품이 아닌 것들은 ‘약탈품 시장’에서 팔리는데, 이슬람국가 대원들은 절반 할인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현지인에게 4700달러(555만원)에 파는 기아차 최근 모델을 이슬람국가 대원은 2350달러(277만원)에 살 수 있다고 보도했다. 143달러짜리 42인치 엘시디(LCD) 티브이는 대원들에게 72달러에, 186달러 오토바이는 93달러에 팔린다. 시리아와 이라크 접경지역 마을 살리히에 시장 인근에서 일하는 한 점원은 “문짝부터 냉장고, 세탁기, 자동차, 소, 가구까지 무엇이든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슬람국가의 경제를 지탱하는 것 중에는 교역도 큰 부분을 차지한다. 터키 남서부 국경에는 식료품과 건설 자재를 운송하기 위한 트럭이 매일 600대씩 시리아로 향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슬람국가 지역에 쌀과 식용유 등을 공급하는 한 상인은 “우리 매출의 90%를 이슬람국가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4년이 넘는 내전 기간 동안 매일 정부군과 반군의 검문소에서 뇌물을 바쳐왔으나, 이슬람국가 지역에서는 연간 자카트 납부 영수증을 보이면 무사통과된다고 했다. 이슬람국가로 가는 트럭들이 내는 관세는 연간 1억4000만달러가량 된다.
또다른 자금원은 이라크 정부가 현지 공무원들에게 주는 월급이었다. 모술에서는 최근까지 40만명의 공무원들이 중앙 정부로부터 월급을 받았는데 이슬람국가는 이에 대한 세금으로 올해만 2300만달러를 거둬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이라크 정부는 이 지역 공무원들의 월급 지급을 중단했다. 이슬람국가는 ‘하왈라’라는 송금시스템을 통해 수수료도 떼어간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생산·상업·공무원임금 등에 과세
농부들, 경작지 따라 5~10% 내야 각 지방엔 약탈품 사무소 설치
대원들, 현지인 절반가격에 구매
‘555만원짜리’ 기아차→277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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