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의 공격을 받은 케냐의 버스에서 무슬림 승객들이 기독교 등 비무슬림 승객들을 보호해, 자칫 대규모 살인극으로 이어졌을 수 있는 참극을 막았다.
소말리아 무장단체 ‘알샤밥’
케냐서 60명 태운 버스 공격
무슬림 승객들 종교 넘어 저항
무장단체 총격 포기…참극 막아 21일 아침 케냐 수도 나이로비에서 60여명을 태우고 북동부 국경 도시 만데라로 향하던 버스를 소말리아 무장단체 알샤밥 대원들이 공격했다. 만데라까지 150㎞ 남짓 남은 엘와크 인근이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의 보도를 종합하면, 총격을 가해 버스를 멈춰세운 무장괴한들은 승객들에게 하차하라고 명령하며 무슬림과 기독교인으로 갈라서라고 요구했다. 버스에 타고 있던 무슬림인 압디 모하무드 압디는 10여명의 알샤밥 대원들이 무슬림 승객들에게 기독교인들과 떨어지라고 요구했으나, 승객들이 거부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무장단체 대원들이 총을 쏘겠다고 위협했지만 우리는 계속 거부했고 우리 형제 자매들을 보호했다”고 말했다. 그는 비무슬림들이 쉽게 식별될 수 없도록 버스에서 무슬림들이 일부에게 무슬림식 복장을 건네주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만데라 카운티 병원에서 근무하는 또다른 승객 압디라시드 아단은 “(요구에 따라) 모두 내렸으나 한명이 도망치다가 사살됐다”고 전했다. 현지 일간 <데일리 네이션>은 알리 로바 만데라 주지사가 인터뷰에서 “(무슬림 승객들이 무장대원들에게) ‘모든 승객을 죽이거나 아니면 떠나라’고 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로바 주지사는 “일부 현지인(무슬림)들이 다친 것은 바로 비무슬림 승객들을 보호하려고 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알샤밥 대원들은 다른 차량이 접근하는 소리를 듣고 길가 덤불 뒤로 몸을 숨긴 것으로 전해진다. 한 승객이 “경찰이 오고 있다”고 외쳤다는 얘기도 있다. 지난해부터 북동부 국경지대를 오가는 버스는 경찰의 호위를 받아왔으나 이번엔 예외였다. 버스 뒤에 온 것도 트럭이었다. 알샤밥 대원들은 트럭 운전사에게 신앙고백을 요구했으나 그가 말하지 못하자 쏴죽인 것으로 알려졌다. 알샤밥은 ‘알라 외에 다른 신은 없으며 무함마드는 알라의 예언자다’는 신앙고백(샤하다)을 하게 해 무슬림과 비무슬림을 구별한 뒤 비무슬림을 살해해 왔다.
일부 생존자와 로바 주지사 등은 무슬림 승객들이 협조하지 않자 알샤밥 대원들이 공격을 포기하고 떠났다고 전했다. 일부 생존자는 승객들이 버스에 다시 올라타 도망쳤다고 했다. 이번 사건으로 2명이 숨지고 적어도 4명이 다쳤다.
알샤밥은 지난해 11월 만데라 인근에서 교사들이 탄 버스를 공격했을 때에도 비무슬림을 가려내 ‘처형식 사살’을 했다. 28명이 숨진 이 사건으로 교사 2000여명과 다른 지역에서 온 의료진들이 만데라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지역 주민들이 더이상 이같은 고통과 손실을 감당할 수 없다고 느껴 행동에 나섰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알카에다 연계 조직인 알샤밥은 케냐 군대가 2011년 10월 소말리아 내전에 개입해 자신들에게 타격을 입히기 시작한 뒤부터 케냐를 상대로 보복 공격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4월엔 가리사대학 기숙사를 새벽에 기습해 기독교인 학생들을 중심으로 148명을 살해했다. 이들이 공격을 집중해온 케냐의 북동부는 소말리아 출신들이 많은 지역으로 알샤밥은 이곳이 소말리아의 일부라고 주장한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케냐서 60명 태운 버스 공격
무슬림 승객들 종교 넘어 저항
무장단체 총격 포기…참극 막아 21일 아침 케냐 수도 나이로비에서 60여명을 태우고 북동부 국경 도시 만데라로 향하던 버스를 소말리아 무장단체 알샤밥 대원들이 공격했다. 만데라까지 150㎞ 남짓 남은 엘와크 인근이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의 보도를 종합하면, 총격을 가해 버스를 멈춰세운 무장괴한들은 승객들에게 하차하라고 명령하며 무슬림과 기독교인으로 갈라서라고 요구했다. 버스에 타고 있던 무슬림인 압디 모하무드 압디는 10여명의 알샤밥 대원들이 무슬림 승객들에게 기독교인들과 떨어지라고 요구했으나, 승객들이 거부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무장단체 대원들이 총을 쏘겠다고 위협했지만 우리는 계속 거부했고 우리 형제 자매들을 보호했다”고 말했다. 그는 비무슬림들이 쉽게 식별될 수 없도록 버스에서 무슬림들이 일부에게 무슬림식 복장을 건네주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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