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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사우디 30살 부왕세자 ‘강경’ 주도…수니-시아파 갈등 키워

등록 2016-01-04 19:53수정 2016-01-07 13:52

사우디-이란 외교 단절 파장

살만 국왕 지난해 취임 이후
중동정세에 강경 개입정책
오바마 주최 회의 불참 파격도

셋째 부인 장남 ‘승계 서열 2위’
서방쪽 “경솔하고 충동적인 인물”
‘국왕 치매’ 의혹속 실권 행사 분석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부왕세자가 지난해 11월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아랍·라틴아메리카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리야드/AP 연합뉴스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부왕세자가 지난해 11월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아랍·라틴아메리카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리야드/AP 연합뉴스
이란과의 외교관계까지 단절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초강경 대외정책이 중동은 물론 세계에 큰 파장을 던지고 있다. 왕정국가 사우디는 중동에서 미국의 지렛대 구실을 하며 조심스러운 외교 행보를 보였으나 지난해 국왕이 바뀌면서 180도 달라졌다. 사우디가 ‘충동적인 개입 정책’으로 중동의 안정을 해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에이피>(AP) 통신은 4일 사우디의 시아파 지도자 등 47명 처형이 살만 빈 압둘아지즈(80) 국왕 체제에서 나타난 새로운 공격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해 1월 살만 국왕 취임 뒤 사우디는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 당시 예멘의 압드라부 만수르 하디 대통령이 시아파인 후티 반군에 쫓겨나자 3월 말 예멘 내전에 전격 개입했다. 수니파 종주국으로서, 시아파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이 예멘을 장악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분석됐다. 사우디의 개입으로 예멘 내전은 사우디 대 이란, 즉 수니-시아의 대리전 성격을 띠게 됐다. 살만 국왕은 이란 핵협상 진전에 불만을 나타내며 지난 5월 미국에서 열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걸프협력회의 6개국 정상회의에 불참했다. 친미국가 사우디로서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예멘 공습 명령은 국왕이 내렸지만 실제 공습을 주도한 것은 국왕의 아들이자 국방장관인 무함마드 빈 살만(30) 부왕세자라는 게 사우디 안팎의 평가다. 무함마드 왕자는 지난 4월 왕위 계승서열 2위인 부왕세자로 등극했다. 살만 국왕이 왕위에 오른 뒤 내무장관인 무함마드 빈 나이프(56)를 왕세자에 앉히며 자신의 아들을 부왕세자로 임명한 것이다. 무함마드 부왕세자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어린 국방장관이자, 신설된 경제개발위원회 위원장이다. 산유국 사우디 경제의 핵심인 석유부 산하 국영석유회사 아람코를 떼어와 이끄는 ‘경제 실세’이기도 하다.

무함마드 왕자는 살만 국왕의 세번째 부인 파흐다 빈트 팔라흐 빈 술탄의 큰아들로, 부왕세자가 되는 데는 어머니의 입김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 타임스>는 무함마드 왕자가 늘 곁에서 아버지를 보좌해와, 국왕이 리야드 주지사이자 국방장관일 당시 공식 자문관으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고 전했다. 사우디 왕실의 주치의는 무함마드 왕자가 “아버지의 그림자”였다고 표현했다. 유학파로 화려한 학력과 경력을 자랑하며 후계자로 예상됐던 3명의 형을 제치고 무함마드 왕자가 득세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로 보인다.

독일의 연방정보국(BND)이 지난달 초 이례적으로 낸 공개 보고서를 보면, 무함마드 왕자가 휘두르는 권력의 실체를 엿볼 수 있다. 정보국은 예멘 내전을 언급하며 “조심스러웠던 사우디 왕실 연장자들의 외교적 스탠스가 충동적인 개입 정책으로 바뀌었다”고 꼬집으며 ‘사우디의 정책 변화’가 중동 안정을 해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무함마드 왕자에게 권력이 집중되면서 증폭되는 위험과 함께, 무함마드 왕자가 왕위를 계승하려고 자신의 입지 강화를 위해 종종 자제력을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 타임스>도 서방 외교관들이 무함마드 왕자의 커지는 영향력에 우려를 나타냈다며, 일부는 왕자를 경솔하고 충동적인 인물로 묘사했다고 전했다. 살만 국왕은 왕위에 오를 때부터 파킨슨병 또는 치매를 앓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돼와, 무함마드 왕자가 실권을 갖고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렸다.

<가디언>은 지난해 9월 사우디 왕실 내 서열이 높은 왕자가 보내왔다는 편지를 공개하며, 유례가 없는 사우디 ‘왕실 쿠데타’ 주장을 보도하기도 했다. 이는 사우디 왕가 내에서 살만 국왕과 무함마드 왕자에 대한 불만이 만만치 않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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