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이란행 항공기 운항중단
쿠웨이트도 자국 대사 불러들여
이란대통령 “거대범죄 감출순 없어”
미 ‘동맹’ 사우디 도발에 난처
“긴장 악화되지 않도록 자제를”
유럽은 사우디에 좀 더 비판적
프 외무부 “처형을 개탄한다”
쿠웨이트도 자국 대사 불러들여
이란대통령 “거대범죄 감출순 없어”
미 ‘동맹’ 사우디 도발에 난처
“긴장 악화되지 않도록 자제를”
유럽은 사우디에 좀 더 비판적
프 외무부 “처형을 개탄한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자국의 시아파 지도자 니므르 알니므르 등을 처형하면서 시작된 사우디발 중동 위기에 대한 국제사회의 셈법도 복잡하게 나타나고 있다. 사우디가 돈과 군사력을 지원하는 일부 수니파 동맹국들은 이란과의 외교 관계를 단절하거나 격하시켰다. 미국은 사우디와 이란의 대립에 전전긍긍하는 반면, 유럽은 사우디의 열악한 인권상황을 지적하며 은근히 이란에 동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사우디는 이란과의 외교 관계를 단절한 지 하루 만인 4일 이란을 오가는 모든 항공편의 운항을 중단시키고, 경제 관계도 단절하겠다고 밝혔다. 사우디 국민들의 이란 여행도 금지시켰다. 하지만 이란인들의 이슬람 성지 순례는 허용할 계획이다. 이날 바레인과 수단도 이란과의 외교 단절을 선언했다. 국민의 다수는 시아파이지만 수니파 왕정인 바레인은 자국 내 시아파들의 시위 배후로 이란을 지목해왔다. 2011년 ‘아랍의 봄’ 시위 때 바레인 정권을 지탱하기 위해 사우디는 군대까지 보냈다. 수단은 “사우디와의 연대”의 일환이라며 이란과 단교를 선언했고, 아랍에미리트연합은 외교 관계 수준을 대사급에서 대리대사(공사)급으로 낮췄다. 쿠웨이트도 5일 이란 주재 자국 대사를 불러들였다.
사우디와 쿠웨이트 등의 조처에 대해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이날 “사우디가 종교 지도자를 참수한 범죄를 은폐하기 위해 이란과의 외교 관계를 단절하는 이상한 행동을 했으나, 이런 행위가 거대한 범죄를 감출 수는 없다”고 비난했다.
사우디와 이란의 충돌이 악화하자 국제사회는 양쪽에 긴장 완화를 주문하면서도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였다.
조시 어니스트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4일 정례 브리핑에서 “양 당사국에 중동 지역의 긴장 상태를 더 악화시키지 않도록 자제심을 보여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사우디에 시아파 지도자 등을 처형할 경우 발생할 여파에 대해 “사전에 직접 우려를 표명했다”며 “불행히도 우리가 우려했던 것이 결국 이런 사태 악화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사우디가 미국의 말을 듣지 않았다는 얘기다.
<뉴욕 타임스>는 이 발언이 미 정부가 니므르를 처형한 사우디를 향해 던진 쓴소리의 전부라며,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긴장 관계가 높아지던 사우디와 결국 근본적인 모순에 직면했다고 꼬집었다. 존 케리 국무장관이 시리아 내전 종식과 이슬람국가(IS) 격퇴를 위해 동분서주하는 상황에서 중동 위기를 부추기는 ‘동맹’ 사우디의 ‘도발’에 미국이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는 것이다. 신문은 미 정부 관계자 여럿이 사우디가 이 시점에 니므르 등의 처형을 집행한 것에 분노를 표출했다고 전했다.
유럽연합의 반응은 사우디에 좀더 비판적이다.
사우디가 이슬람 근본주의인 와하비즘을 설파하는 전세계 이슬람 사원을 후원하는 것이 현재 이슬람국가 등 극단주의 무장세력으로 현실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높아지는 유럽에서는 이번 사태를 놓고 이란에 동정적인 견해가 나타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전했다.
프랑스 외무부는 “처형을 개탄한다”고 밝혔고, 페데리카 모게리니 유럽연합 외교안보정책 고위 대표도 이번 처형이 “종파적 긴장에 기름을 부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의 발리 나스르 국제관계대학원장은 “유럽인들은 사우디가 이란과의 화해를 원하지 않으며 지역 현안을 논의할 때 이란을 배제하길 원하고 이란을 자극해 서방과의 관계가 어긋나기를 바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 연구소인 ‘독일마셜펀드’의 한 중동 전문가는 “일반적으로 유럽인들에게 처형 자체가 역겨운 것”이라며 “정책 결정자들은 탄력이 붙은 유럽과 이란의 긴장 완화를 놓치지 않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짚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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