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속 네 살 가량 아이. 연합
이슬람 개종…이슬람 급진단체 가담·체포 뒤 보석 중 시리아행
동영상 속 네 살 가량 아이는 영국 ‘지하디 신부’ 아들로 추정
동영상 속 네 살 가량 아이는 영국 ‘지하디 신부’ 아들로 추정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의 최근 처형 동영상에 등장한 ‘제2의 지하디 존’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지하디 존’은 쿠웨이트계 이민자 가정 출신의 영국인 IS 대원, 무함마드 엠와지의 별명이다. 2012년 시리아로 떠난 후 IS에 합류한 그는 외국인 인질 처형 동영상들에서 검은색 옷과 복면 차림으로 등장해 서방 출신의 지하디스트 상징으로 통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시리아 락까에서 미군 공습으로 사망했다.
영국 언론들은 이번에 공개된 처형 동영상에서 등장한 영국식 영어를 구사한 IS대원을 ‘제2의 지하디 존’으로 이름 붙였다.
신원 파악에 나선 영국 언론들은 그가 런던에 살다가 시리아로 간 싯다르타 다르(32)로 여겨진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다르의 여동생은 BBC에 “동영상을 보고 충격에 빠졌다. 그의 목소리처럼 들렸다”고 말했다.
다르를 아는 지인도 “동영상을 봤는데 분명히 그의 목소리처럼 들렸다”고 말했다.
음성분석가들은 다르가 이슬람 급진주의 단체 ‘알무하지룬’에서 발언한 음성 파일과 IS 배포 동영상을 비교한 결과 두 음성이 ‘서로 유사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BBC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많은 사람이 이 인물이 싯다르타 다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관련당국은 아직 이에 대한 공식 언급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영국 총리실 대변인은 동영상 초기 분석이 끝났다면서도 등장인물들의 신원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족과 이웃에 따르면 다르는 런던 동부에서 아내와 네 자녀를 데리고 살았다.
어린이용 놀이기구인 ‘바운시 캐슬’ 세일즈맨이었다.
인도계 이민자 가정에서 힌두교도로 자랐으나 10년 전 무슬림 여성과 결혼하면서 이슬람으로 개종했다.
그는 이슬람으로 개종한 뒤 반(反) 테러 관련법에 따라 불법단체로 규정된 급진 이슬람단체 ‘알무하지룬’에서 선전담당 등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다르는 지하디 존이 영국인 언론인 제임스 폴리를 참수한 이후인 2014년 9월 네덜란드 방송 NOS와 인터뷰에서 “또 다른 처형을 보고 싶지 않지만, 불행히도 서방과유럽의 칼리파(IS)에 대한 공습과 개입의 정책으로는 이게 끝일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했다.
다른 언론 인터뷰에선 “무슬림으로서 나는 영국이 샤리아(이슬람 율법)에 지배되기를 바란다. 민주주의보다 우월하다. 내게서 영국의 가치들을 찾을 수 없다”며 이슬람 원리주의 신념을 피력했다.
그는 알무하지룬에 가담한 혐의로 2014년 9월 체포됐다. 그러나 경찰은 여권만 넘겨받고 신원이 확인됐다는 이유로 그를 보석으로 풀어줬다. 다르는 그 다음 날 부인과 자녀 4명을 데리고 프랑스 파리를 거쳐 시리아로 넘어갔다.
일간 텔레그래프는 그가 모두 6차례나 체포된 바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보안당국에 비난이 쏟아졌다.
야당인 노동당 예비내각의 앤디 버냄 의원은 “안보의 중대한 실수”라며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집권 보수당 소속 보리스 존슨 런던시장도 “그런 결정이 내려진 상황들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며 런던경찰청과 이에 대해 논의를 하겠다고 했다.
케이스 바즈 하원외교위원장도 “매우 우려스러운 사건이다. 대(對)테러 담당 기관들이 알고 있는 인물이 보석 중에 영국을 떠나도록 허용돼선 안된다”며 “심각한 의문들에 대한 답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 동영상에는 4살가량으로 추정되는 아이가 나와 “이슬람을 믿지 않는 이들을 죽이겠다”고 말한다.
이와 관련, 영국인 여성 지하디스트 그레이스 카디자 데어(22)의 부친은 ‘채널 4’와 인터뷰에서 “내 손자(이사)가 맞다. 아이는 아무것도 모른다. 그들(IS)이 아이를 (선전전에) 이용하고 있을 뿐”이라며 카디자의 아들이라고 주장했다.
런던 남동부의 나이지리아계 가정에서 독실한 기독교도로 자란 그레이스는 이슬람으로 개종해 ‘카디자’로 개명한 뒤 2012년 런던에서 태어난 이사를 데리고 시리아에 가 ‘지하디 신부’가 됐다. 스웨덴 출신의 IS 전사 아부 바크르와 결혼했다. 그의남편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카디자와 바크르는 2013년 AK 소총을 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카디자는 또 AK 소총을 든 아들의 사진도 올리는 등 IS 선전전에 열성적인 영국인 여성 지하디스트다.
다만 이 아이가 다르의 아들 이사 다르(4)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편, 영국을 위해 간첩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처형된 5명은 모두 시리아인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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