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에 보복조치 “수입 금지…성지순례도 중단”
사우디 왕위서열 2위 국방장관 “이란과의 전쟁은 없을 것”
사우디 왕위서열 2위 국방장관 “이란과의 전쟁은 없을 것”
이란은 사우디아라비아 공군이 6일 밤 예멘 수도 사나의 이란 대사관을 고의로 폭격해 직원들이 다쳤다고 주장했다.
사우디의 시아파 유력인사 처형에 항의하는 이란 시위대가 주테헤란 사우디대사관을 공격하고 방화한 사건으로 이란에 불리한 여론이 조성되자 맞불을 놓은 셈이다.
서방은 지난해 3월 말 예멘 내전이 본격화하면서 시아파 반군이 장악한 사나에 주재하는 외교공관을 대부분 철수했으나 반군을 지지하는 이란은 문을 닫지 않았다.
이란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사우디는 “6일 밤 미사일 발사대를 겨냥해 사나를 폭격했다”면서도 사실 여부를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사우디 역시 이 사안을 예민하게 받아들인 것이다.
그러나 사우디가 주도하는 아랍권 동맹군은 7일 성명을 내 “(이란의) 주장은 허위로, 대사관 주변이나 인근에 대한 작전은 수행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동맹군은 “대사관 건물이 안전하며 피해가 없음을 확인한다”고 강조했다.
AP통신도 이란 정부의 피폭 주장이 나온 뒤 확인한 결과 주예멘 이란 대사관 건물에 폭격 흔적이 없었다고 보도했다.
이후 이란은 대사관 폭격과 관련해 사우디를 공격하는 수위를 다소 낮췄다.
아미르 압돌라히안 이란 외무차관은 “이란 대사관 인근”이 폭격당했다면서 앞서대사관이 직접 공격받았다는 주장을 정정했다고 dpa통신이 전했다.
이란은 지난해 4월에도 사우디 주도의 수니파 아랍권 동맹군이 사나의 자국 대사관 유리창이 깨질 정도로 매우 가까운 곳을 폭격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이란 정부는 테헤란 주재 사우디 대리대사를 불러 이에 대해 항의했다.
사우디와 이란간 공격도 이어지고 있다.
7일 테헤란에서 사우디에 처형된 시아파 지도자 셰이크 님르 바크르 알님르에 대한 추모식이 열렸다. 추모식장에서는 분노가 느껴졌으며 “알사우드(사우디 왕가)에 죽음을”이라는 외침도 들렸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또한 추모식에 참석한 호세인 살라미 이란혁명수비대 부사령관은 중동에서 사우디가 현재 펼치는 정책을 수정하지 않으면 사우디 정권이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고 비난했다고 타스통신이 이란 타스님통신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란 정부는 이날 자국과 외교관계 단절을 선언한 사우디에 대한 보복 조치로 사우디로부터 수입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란 정부는 성명을 통해 “내각은 모든 사우디에서 생산된 물품과 사우디를 통한 물품의 수입을 금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란은 또 “사우디의 이슬람 성지 메카로 가는 비정기 성지 순례(움라)도 향후 별도로 공지할 때까지 중단한다”고 덧붙였다.
사우디에서 이란으로 수입되는 금액은 연간 6천만 달러로 규모가 크지 않다.
앞서 아델 알주바이르 사우디 외무장관은 4일 로이터통신에 “사우디의 이란과 외교관계 단절은 양국 간 항공편과 교역 종결은 물론 사우디 국적자의 이란 여행 금지로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는 이란 국적자의 메카 성지순례는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축구협회(SAFF)는 사우디 축구 구단들이 이란에서 열리는 AFC 챔피언스 리그 경기에 출전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7일 내렸다.
앞서 2016 AFC 챔피언스 리그에 참가 중인 사우디 명문 축구 구단 알힐랄, 알나스르, 알아흘리는 개별적으로 이란에서 경기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양측이 군사충돌을 제외한 전방위로 충돌하고 있지만, 사우디는 전쟁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했다.
사우디 왕위계승 서열 2위로 국방장관을 맡고 있는 모하마드 빈살만 알사우드 왕자는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에서 시아파 지도자 처형 결정을 옹호하면서도 전쟁 가능성에 대한 물음에 “우리가 전혀 예상하지 않는 일”이라고 답했다.
그는 “그렇게 몰고가는 사람은 누구든 제정신이 아니다”라며 “사우디와 이란이 전쟁을 하면 지역에 대재앙이 시작되고 다른 지역에 강력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분명히 우린 그런 일을 허용하지 않을 것”라고 강조했다.
한편, 동아프리카 홍해 입구에 있는 소국 지부티와 소말리아도 이란과 외교관계를 단절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사우디를 지지하면서 이란과 단교를 선언한 곳은 바레인, 수단을 포함 4개국으로 늘었다.
이란과 사우디의 갈등 중재에 나선 이브라힘 자파리 이라크 외무장관은 6일 테헤란을 방문,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을 만났다.
자파리 장관은 회담 뒤 “사우디의 시아파 성직자 처형은 ‘범죄’”라면서도 “그럼에도 이라크는 양국의 긴장을 완화하는 데 기꺼이 일조하겠다”고 말했다.
터키 외무부는 7일 이란 대사를 불러 이란 매체가 최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과 이번 사우디의 사형 집행을 연관 지어 보도한 데 항의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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