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현지시각)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왼쪽)과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이 오스트리아 빈에서 국제원자력기구의 이란 핵합의 검증 발표가 끝난 직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빈/AP 연합뉴스
이란 경제제재 전격 해제
IAEA “이란 핵합의 이행” 선언
오바마, 해제 행정명령에 서명
미국과 ‘수감자 맞석방’ 이벤트
협상당사국 ‘외교의 승리’ 평가
IAEA “이란 핵합의 이행” 선언
오바마, 해제 행정명령에 서명
미국과 ‘수감자 맞석방’ 이벤트
협상당사국 ‘외교의 승리’ 평가
주말 휴일이던 지난 16일(현지시각) 미국과 유럽, 이란의 움직임은 숨가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이란 핵합의 이행 발표, 미국과 이란의 수감자 석방, 미국이 주도한 국제사회의 대이란 제재 해제 등 굵직한 일들이 하루 사이에 진행됐다.
미국과 서방이 이란의 핵무기 개발 의혹과 관련해 2006년부터 부과해온 대이란 경제 제재를 10년 만에 전격 해제했다. 지난해 7월 이란이 ‘5+1’(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 5개국+독일)과 핵 협상에 전격 합의한 지 6개월, 국제원자력기구가 이란에 대한 핵의혹 조사를 공식 종료하는 최종보고서를 만장일치로 채택한 지 불과 한달 만이다. 이로써 이란은 경제봉쇄에 따른 극심한 경제난에서 벗어나게 됐을 뿐 아니라, 멀리는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지속돼온 서방과의 대립을 끝내고 국제사회에 복귀할 수 있게 됐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국제원자력기구 본부가 있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핵협상 합의 이후) 이란은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이행할지 의심해온 중대한 조처들을 실행하고 있다”고 선언했다고 <뉴욕 타임스> 등 외신들이 전했다. 유엔이 이란의 핵 개발을 이유로 2006년부터 부과해온 광범위한 경제 제재가 상당 부분 해제되는 순간이었다. 같은 시각, 미국 워싱턴에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란 제재 해제를 결정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보다는 수위가 낮았던 유럽연합의 대이란 제재도 대부분 함께 풀린다.
이로써 세계 4위의 원유 매장량을 지닌 이란은 막대한 원유와 천연가스, 석유화학 제품을 다시 수출할 수 있게 됐을 뿐 아니라, 1천억달러(약 122조원) 안팎으로 추정되는 국외 동결자산도 되찾을 수 있게 됐다. 또 무기류를 제외한 일반상품 교역 금지와 금융거래 제재도 대부분 해제돼, 꽉 막혔던 경제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앞서 몇 시간 전, 국제원자력기구는 “이란이 핵합의안에서 요구한 모든 조처를 이행했음을 검증했으며, (핵 관련 제재가 해제되는) 이행일이 되는 조건을 충족했다”고 밝혔다. 국제원자력기구는 이란이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 1만4천개를 해체하고, 저농축 우라늄 보유분의 98%를 포기했으며, 플루토늄 생산용 핵반응로는 시멘트를 부어 폐쇄했다고 확인했다.
이란 핵 합의와 제재 해제는 협상 당사국들의 ‘외교의 승리’라는 평가도 잇따른다.
이란 핵협상을 주도한 존 케리 국무장관은 “오늘은 세계가 더 안전해진 날”이라며 “심각한 도전에 맞설 때 외교의 힘을 다시 한번 환기하게 된다”고 말했다. 조지 부시 행정부 시절 이란 제재에 앞장섰던 니컬러스 번스 전 국무부 차관도 16일 <뉴욕 타임스>에 “비판론자들은 이번 핵합의가 이란에 너무 많이 내줬다고 계속 공격하겠지만, 이란의 핵 야망이 적어도 향후 10~15년 동안 동결된 사실은 미국에 확실한 진전”이라며 “이는 전쟁이 아니라 강력한 외교의 성과”라고 평가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17일 성명을 내어, “핵합의 이행은 이란 경제가 국제경제에 재통합되는 길을 열 것”이라며 “이란은 주권을 온전히 확보하면서 세계 평화와 안보의 메신저가 됐다”고 말했다고 이란 국영 <프레스 티브이>가 보도했다.
이날 대이란 제재 해제는 미국과 이란이 각각 구금 중이던 상대국 국적 수감자들을 마치 포로교환처럼 맞석방하는 외교 이벤트까지 겹치면서 극적인 효과를 더했다. 이란은 이날 서방의 제재 해제가 발표되기 직전에, 자국에 간첩 혐의 등으로 억류 중이던 5명의 미국인을 전격 석방했다. 석방자 중에는 <워싱턴 포스트> 기자 1명도 포함됐다. 미국은 그 대가로 역시 자국에 대이란 경제제재 위반 혐의로 구금 중이던 이란인 7명을 석방해, 핵합의 이행의 걸림돌을 치웠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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