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튀니지 서부 카세린에서 일자리를 요구하는 시위대가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실업에 항의하던 한 청년의 죽음으로 촉발된 시위가 튀니지 곳곳으로 번지며, 5년 전 ‘아랍의 봄’을 연상시키고 있다. 카세린/AP 연합뉴스
‘아랍의 봄’의 진원지 튀니지가 실업과 가난에 항의하는 젊은이들의 시위로 다시 술렁이고 있다. 5년 전 혁명 때처럼, 한 청년의 죽음이 촉발한 시위가 확산되는 모양새다.
“일자리가 아니면 또다른 혁명이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은 21일 튀니지 서부 카세린을 비롯해 수도 튀니스와 시디부지드, 가프사, 케빌리 등에서 수천명이 이런 구호를 외치며 경찰과 충돌했다고 전했다.
시위는 지난 16일 카세린의 28살 청년 리다 야흐야우이가 공공부문 채용자 명단에서 자신의 이름이 제외된 것에 항의해 주정부청사 인근 전신주에 올라갔다가 감전으로 숨진 뒤 시작됐다. 청년이 자살을 기도했는지는 불분명하나, 이후 ‘일자리 요구’ 시위가 다른 도시들로 번지고 있다. 현지 영문매체인 <튀니지라이브>는 21일까지 26개 도시에서 시위가 보고됐다고 전했다.
사흘간 이어진 충돌로 카세린에서만 시민 240명과 경찰 70여명이 다쳤다. 몇몇 도시에서는 성난 시위대가 “일자리, 자유, 존엄”을 외치며 경찰서와 초소에 불을 지르는 등 시위가 격화되고 있다.
튀니지 정부는 시위가 확산되자 22일 밤 전국에 통행금지령을 내렸다. 내무부는 이날 성명에서 시위가 “공중의 안전에 위험이 된다”며 매일 밤 8시부터 새벽 5시까지 통행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앞서 튀니지 정부는 20일 긴급회의를 열고 “카세린에 실업자들을 위한 일자리 5000개를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다른 지역들에 ‘같은 조처를 확대하라’는 시위로 이어졌고, 정부는 하루 만인 21일 입장을 뒤집었다. 실업자 5000명에게 직업훈련 등을 제공한다는 내용을 잘못 발표했다는 것이었다.
일간 <알슈루크>는 “마치 우리가 2010~2011년으로 되돌아간 것 같다”고 보도했다. 당시 노점상 무함마드 부아지지(26)가 실업과 무자비한 경찰의 단속에 항의하며 분신한 사건이 기폭제가 돼, 2011년 1월23년 장기집권을 해온 자인 엘아비딘 벤알리 대통령의 사임으로 이어졌다.
튀니지는 ‘아랍의 봄’을 겪은 국가들 중에 유일하게 민주적인 선거를 치르는 등 모범사례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경제적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실업률은 15.3%로, 2010년의 12%보다 높아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튀니지 청년(15~24살) 실업률은 37%에 이른다고 밝혔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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