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도 피해…경찰 늑장수사로 속앓이
최근 요르단에서 외국인 여학생을 상대로 한 성추행이 늘고 있어 한국대사관과 유학생회가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범인들은 대개 15~20살의 요르단 청소년들이다. 이들은 길을 걷는 외국인 여학생들에게 접근해 신체 부위를 기습적으로 만지고 달아난다.
지난 14일 저녁엔 요르단대에서 어학연수 중인 한국인 여학생 ㅇ씨가 귀가 도중 이런 황당한 일을 당했다. ㅇ씨는 학교 주변 패스트푸드점에서 친구와 저녁식사를 한 뒤 집으로 가던 중, 5명의 어린 남학생들이 돈을 달라고 따라오다 갑자기 가슴을 만지고 달아났다고 말했다. 급히 연락을 받고 현장으로 달려간 동료 유학생은 이들을 붙잡으려다 요르단인들과 실랑이가 벌어지는 바람에 경찰서까지 가서 조사를 받아야 했다.
요르단대에서 멀지 않은 아부누사이르 지역에 살던 세르비아 여학생 3명은 잦은 성희롱과 주변 남성들의 ‘음흉한’ 시선을 견디다 못해 지난달 학업을 포기하고 귀국했다.
이슬람 국가에서 성추행은 때로 명예살인을 부를 만큼 심각한 범죄이다. 그러나 외국 여성의 경우 성추행을 당하고도 마땅히 해결할 방법이 없어 난감해 하기 일쑤다. 성추행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이 복잡해 신고할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요르단 경찰은 용의자를 파악한 뒤에도 검거에 힘을 쏟지 않는 경우가 많아 피해 여학생들은 더욱 스트레스를 받는다.
ㅇ씨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사흘동안 관할 경찰서, 가족보호관리소, 검찰에 가서 조사를 받아야 했고, 가는 곳마다 오랜 시간 기다려야 했다. 그는 “수업까지 빠져가며 조사를 받느라 힘들었다”며 씁쓸해 했다.
암만/주정훈 통신원 amin9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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