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미라 고대도시
팔미라 점령 당시 포로 여성 매매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인 이슬람국가(IS)가 고대 유적도시인 팔미라를 점령했을 당시, 포로로 잡힌 여성을 사고파는 경매소를 운영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29일 영국 <더타임스>가 시리아 친정부 매체를 인용한 보도를 보면, 시리아 정부군이 팔미라를 탈환한 뒤 이곳에서 “여성 노예를 구매하고자 하는 사람은 부대 본부에 등록하라”는 이슬람국가의 공문을 발견했다. 이 공문은 이슬람국가가 팔미라를 장악한 지 한 달 가량 지난 지난해 6월 홈스 주에 있는 군사 조직원들에게 보낸 문서다. 공문에는 “등록하지 않은 사람은 노예 경매에 참여할 권리가 없다. 경매 가격은 봉투에 봉인해 제출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앞서 유엔은 지난해 6월 이슬람국가 전투원들이 10대 소녀들을 납치한 뒤 성노예로 매매하는 것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이슬람국가 점령 지역에서 탈출한 피해 여성과 소녀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은 분쟁지역 성범죄 담당 유엔사무총장 특별대표인 자니아브 반구라는 “납치당한 소녀들은 좁고 답답한 장소에 갇혀 전투원들로부터 학대를 받고, 가격이 붙여 경매된다. 노예 시장에서 10대 소녀들이 ‘담배 1갑’ 정도의 가격으로 판매된다”고 전한 바 있다. 이슬람국가는 점령지 여성에 대한 성폭력과 노예 경매를 통해 조직을 강화하는 한편, 젊은 외국인 남성들을 전투원으로 끌어들이는 데 이용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슬람국가는 지난해 8월 팔미라의 고대 유적을 보호하기 위해 남아 있던 고고학자인 칼레드 아사드를 참수했으며, 팔미라의 공연장을 사형장으로, 박물관을 이슬람 법원으로 운영해왔다. 박물관에 보존돼 있던 많은 고대 유물들 역시 파괴했다.
지난 27일, 3주간의 치열한 전투 끝에 팔미라를 탈환한 시리아 정부는 도시를 정상화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정부군은 이슬람국가가 팔미라 곳곳에 숨겨둔 지뢰를 제거하는 작업을 벌이는 한편, 군용 공항을 열어 고고학자들에게 유적지 손실 정도를 분석하도록 하고 있다. 시리아의 고고학자이자 문화재청장인 마문 압델 카림은 “전체 유적의 80% 정도는 온전하게 남아 있으며, 우려했던 것보다 피해의 규모는 적다”며 “전체 유적을 복구하는 데에 약 5년 정도 걸릴 것”이라 내다봤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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