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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푸대접 받은 오바마…미국-사우디 여전히 냉랭

등록 2016-04-21 19:17수정 2016-04-21 22:12

20일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왼쪽)이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 국왕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이날 정상회담에서는 이란이나 시리아 문제 등 주요 현안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뚜렷한 합의는 이끌어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리야드/EPA 연합뉴스
20일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왼쪽)이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 국왕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이날 정상회담에서는 이란이나 시리아 문제 등 주요 현안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뚜렷한 합의는 이끌어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리야드/EPA 연합뉴스
미국 대통령 사우디 방문
왕자가 공항 영접·TV 생중계 안해
정상회담도 “의견 교환” 그쳐

쟁점 현안 쌓인 ‘동반관계’
미-이란 접근·시리아 대응 ‘이견’에
중동 세력균형 변동 불안 작용
20일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리야드 공항에서 영접한 이는 리야드 지사인 파이잘 빈 반다르 알 사우드 왕자였다. 외국 국가원수 방문의 관례인 국영텔레비전방송 생중계도 되지 않았다. 1주일 전 걸프협력회의 회원국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사우디에 온 국가원수들은 공항에서 살만 빈 압둘아지즈 국왕의 영접을 받았다.

오바마에 대한 사우디의 의전은 양국의 냉랭한 관계를 표현하는 상징이라고 외신들은 21일 일제히 지적했다. 이날 2시간에 걸친 비공개 정상회담 뒤 백악관은 성명에서 “두 정상은 두 나라의 역사적 우호 및 깊은 전략적 동반관계를 재확인”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성명은 두 지도자가 몇몇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만 해, ‘합의’가 없었음을 시사했다.

두 나라가 중동 지역 현안에서 본격적으로 충돌한 것은 ‘아랍의 봄’ 때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의 거취를 두고서다. 미국은 그의 퇴진을 압박하고 실제로 퇴진시켰고, 사우디는 이를 반대했다. 무바라크 정권과 사우디와의 관계가 좋았던데다, 시민혁명에 의한 권위주의 정권 퇴진 물결이 사우디의 봉건적 왕정에도 영향을 줄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외교 현안에 대한 미국-사우디 이견
외교 현안에 대한 미국-사우디 이견

그 후 발발한 시리아 내전은 최근 양국 관계의 변곡점이다. 시리아의 바샤르 아사드 정권은 사우디가 가장 우려하는 중동의 시아파 연대 핵심고리다. 사우디는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아사드 정권 타도를 주장한 반면, 미국은 지금까지 무력 타도에 반대하며 신중한 행보로 일관하고 있다. 오바마는 자신이 시리아 내전에서 무력 개입을 하지 않은 것을 자신의 치적으로까지 내세우고 있다. 지난해 미국이 이란과 핵협상을 타결하고, 제재 해제와 관계정상화를 추진하자, 사우디의 반발은 공개적으로 터져나왔다. 사우디 쪽은 이란의 국제무대 복귀가 중동 지역에서의 세력균형을 바꿀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사우디 쪽은 핵 개발까지 시사하며 반발하고 있다.

최근 오바마는 <앤틀랜틱>과의 인터뷰에서 사우디와 유럽의 미국 동맹국들이 미국으로부터 안보 도움을 받으면서도 그 부담을 지지않으려는 ‘무임승차자’라고 비난해, 사우디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특히, 그는 “사우디는 미국의 친구가 아니냐”는 질문에 “그건 복잡한 문제”라고 답하기도 했다. 또 미 의회는 9·11 테러와 관련한 비공개 보고서에서 사우디 일부 관리들이 그 테러에서 역할을 했다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의회는 9·11 테러와 연관된 사우디 관리들에게 책임을 묻는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사우디는 이 법이 제정되면, 미국 내 사우디의 자산을 매각하겠다고 위협했다.

이날 회담에서 오바마는 살만 국왕에게 현재 적대적인 이란과의 관계의 대안을 찾으라고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날 회담에서 양국이 뚜렷하게 합의한 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9·11 테러 보고서는 논의되지 않았으나, 오바마는 사우디 방문 전 인터뷰에서 공개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여전히 뇌관으로 남아있다.

미국이 최근 사우디와의 관계에서 적극적인 모습을 안 보이는 것은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정책 탓이기도 하나, 근본적으로 사우디의 전략적 가치가 감소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즉, 사우디 석유에 대한 미국의 의존도가 줄면서, 미국은 전제왕정 성격이 여전한 사우디를 과거처럼 절박하게 지원할 필요성이 감소했다는 것이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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