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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시아파 시위대에 ‘그린존’도 뚫려…이라크, 비상사태 선포

등록 2016-05-01 19:47수정 2016-05-01 22:06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안의 최고 보안구역인 ‘그린 존’을 뚫고 들어간 시아파 지도자 무끄타다 사드르의 지지자들이 30일 의사당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들이 그린 존의 장벽을 타넘거나 무너뜨린 뒤 의사당에 난입하자 이라크 정부는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바그다드/AP 연합뉴스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안의 최고 보안구역인 ‘그린 존’을 뚫고 들어간 시아파 지도자 무끄타다 사드르의 지지자들이 30일 의사당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들이 그린 존의 장벽을 타넘거나 무너뜨린 뒤 의사당에 난입하자 이라크 정부는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바그다드/AP 연합뉴스
무끄타다 사드르 지지자들
“정치권 부패청산을” 의회 점거
바이든 미 부통령 방문 이틀만에
미군 철수 이후 최악의 정치위기
‘이슬람국가와 전쟁’ 차질 우려
이라크에서 정부의 부정부패를 규탄하는 시위대가 30일 의사당을 점거하는 등 바그다드에 심각한 소요가 일자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시위대는 미국대사관 및 정부청사 등이 밀집한 최고 보안구역 ‘그린존’까지 뚫고 들어가, 1일까지 이틀째 시위를 이어갔다. 2011년 미군 철수 이후 최악의 정치위기로 번지고 있다.

수백명의 시위대는 이날 요새화된 그린존의 장벽을 허물고 의사당으로 난입했다. 이들은 의사당 내에서 이라크 국기를 흔들고 가구를 부수며 부패 근절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의원 한 명이 공격당했고, 주차된 차량들이 파손됐다. 바그다드작전사령부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바그다드 일원에 추가병력을 배치했다. 저녁이 되자 시위자들은 의사당을 떠나 그린존의 ‘경축광장’에 모여 밤샘농성을 벌였다.

이번 시위와 소요는 지난 몇달 동안 정계의 ‘종파별 나눠먹기’ 근절과 부패 추방을 위한 대책을 하이다르 압바디 이라크 총리 정부가 완수하라고 요구하며 벌였던 시위의 연장선이다. 이날 그린존을 뚫고 들어간 시위대는 근본주의 성향의 시아파 민병대 지도자인 무끄타다 사드르의 지지자들이다. 이들은 지난 몇주 동안 부패추방 등 개혁을 약속한 압바디 총리를 지지하며 약속을 지키라는 시위를 해왔다. 이들이 그린존에 난입하기 전에 사드르는 이라크 남부의 나자프에서 “부패한 관리들의 행진을 멈출 위대한 대중 봉기와 혁명을 기다리고 있다”는 연설을 했다.

이날 소요는 압바디 정부의 개혁에 저항하는 정치세력들을 겨냥하기는 했으나, 그린존을 뚫고 들어간 시위대 세력의 존재는 이라크 정부의 무능과 마비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뉴욕 타임스>는 지적했다. 시위대들이 요새화된 그린존을 뚫고 들어간 것은 경비 병력들이 이 시위대를 지지하고 있음을 시사하며, 압바디 총리 자신도 이를 묵인했을 수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사드르의 ‘마흐드 민병대’는 미군의 이라크 침공 뒤 근거지인 사드르시티(옛 사담시티)와 이라크 남부에서 미군에 저항하는 무장투쟁을 벌이며 그 지역을 장악한 바 있다. 반미·친이란 성향이 짙은 사드르의 민병대 세력은 이번 소요로 향후 이라크 정국에 영향력을 더 키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소요와 비상사태는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지난 28일 이라크를 전격 방문한 직후에 터졌다. 바이든은 최근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강도를 높이는 이슬람국가(IS)와의 전쟁의 고삐를 죄고, 이라크의 정치위기 진정을 위해 방문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바이든의 이라크 방문이 “미국이 압바디 총리를 얼마나 신뢰하는지를 나타내는 표시”라며 바이든과 참모들은 “이라크 정치가 안정 가도로 들어갔고, 이슬람국가와의 전투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느낌을 갖고 돌아갔다고 전했다. 하지만 압바디 정부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바이든 방문 이틀 만에 이라크가 최악의 정치위기로 빠져, 미국의 이슬람국가와의 전쟁이 계획대로 진행될지 의문이라고 <워싱턴 포스트>와 <뉴욕 타임스> 등 미국 언론들은 일제히 지적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최근 200명의 미군 군사고문을 추가 파병하고, 이슬람국가 공격에 아파치 공격 헬기 등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미국과 이라크 등 동맹국들이 올해 말이면 모술을 탈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모술은 이라크의 2대 도시로 2014년 6월 이슬람국가가 장악했으며, 미국과 이라크 정부군 등은 아직까지도 탈환 작전을 펴지 못하고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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