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시리아 서부 도시 하마의 한 마을에서 민간방위대 하얀 헬멧 대원들이 시리아 정부군 또는 러시아 공군의 공습을 받아 불길에 휩싸인 자동차를 길에서 치우는 수습 작업을 하고 있다. 시리아 프레스센터 제공/ AP 연합뉴스
시리아 내전에서 정부군과 싸우고 있는 반군이 전면 휴전과 정권 이양을 위한 과도정부 수립을 뼈대로 하는 협상안을 내놓았다. 30개가 넘는 무장 반군 조직과 정치세력의 연합 대표단인 고위협상위원회(HNC)의 리야드 히잡 대표는 7일 영국 런던에서 <시리아를 위한 비전>이라는 27쪽 분량의 평화 계획안을 공개했다고 <비비시>(BBC) 방송 등 외신들이 전했다.
반군 쪽이 제시한 시리아 평화 회복 청사진은 먼저 6개월 동안 정부와 반군 세력이 협상을 벌여 단일 과도정부를 구성하도록 했다. 바샤르 아사드 현 대통령은 과도정부에 모든 권력을 넘기고 퇴진한다. 이 기간 동안 양쪽은 일체의 전투 행위를 중단하고, 포로를 석방하며, 점령지역의 봉쇄를 해제하고, 인도주의적 통로를 전면 개방한다.
과도정부는 이후 18개월 안에 전국 범위의 총선과 지방자치단체 선거를 실시하고, 민주주의와 종교적 다원주의를 보장하는 새 헌법 초안을 만든다. 바샤르 아사드 대통령과 현 정부 고위 관료들은 새로 구성되는 권력기구에서 배제된다. 이어 개헌안이 확정되면 유엔의 감시 아래 선거로 새 정부를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시리아 반군 세력 협의체인 고위협상위원회(HNC)의 살림 메슬레트 대변인(맨 오른쪽)이 7일 영국 런던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내전 종식과 새 정부 구성 계획을 담은 ‘시리아의 비전’ 협상안을 발표하고 있다. 런던/AFP 연합뉴스
시리아 반군 쪽 고위협상위원회의 살림 메슬레트 대변인은 이날 “우리는 아사드 정권과 러시아만 좋을 부분적 휴전이나 임시 휴전이 아니라, 시리아 악몽의 항구적인 해결을 필요로 한다”며 “그 유일한 길은 유엔을 통한 정권 이양이다”고 주장했다.
반군 쪽의 평화 로드맵이 5년4개월을 넘기며 25만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1000만명이 넘는 강제이주자와 난민을 양산한 시리아 내전을 끝내는 대화의 자리를 마련할지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린다. 그러나 아사드 정부와 동맹국들이 반군 쪽의 평화안에 호응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아사드 정권 퇴진을 전제 조건으로 못박고 있을 뿐 아니라 전쟁범죄 면책이나 안전 보장에 대한 명확한 언급이 없기 때문이다. 아사드는 스스로 권력에서 물러날 생각이 없고, 최근 전황도 정부군에 유리한 국면으로 돌아서고 있다.
반군 세력을 지지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딜 주바이르 외무장관은 “(아사드의 핵심 지원국인) 러시아와 이란이 국제사회의 (종전) 의지에 맞춰 아사드 대통령에게 필요한 압박을 가할 준비가 돼 있는지에 대해 낙관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앞서 5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만나 시리아 사태 해결 방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으나 아사드 퇴진 여부와 차기 정부 구성 방안 등 핵심 쟁점에 대한 시각 차이를 좁히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미국과 영국이 주도해 시리아 반군을 지원하는 나라들의 협의체인 ‘시리아의 친구들’의 참여국 외무장관들은 반군 대표단인 고위협상위원회의 이번 제안을 정식으로 논의할 계획이다.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은 7일 일간 <더 타임스>에 실린 기고에서 “이런 비전이 실현될 가능성이 여전히 있다”며 “만일 러시아와 미국이 휴전을 성사시킬 수 있다면, 그리하여 스위스 제네바에서 시리아 내전의 모든 이해당사자들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협상을 재개할 수 있다면, 최소한 ‘아사드 이후 시리아’로 가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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