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에티오피아 비쇼프투에서 오로모족이 팔을 엑스(X)자로 그으며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다. 팔을 엑스자로 긋는 행동은 오로모족이 반정부 시위 때 하는 상징적 행동이다. 경찰 진압과정에서 이날 최소 시위대 52명이 숨졌다. 비쇼프투/AFP 연합뉴스
에티오피아에서 경찰이 반정부 시위대를 강경진압하다가 적어도 시위대 52명이 압사 등으로 숨졌다. 에티오피아에서는 소수 부족인 티그레족 중심의 중앙정부가 독재 정치를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으며, 지난 8월 리우올림픽에서 에티오피아 선수 페이사 릴레사가 마라톤에서 은메달을 딴 뒤 두 팔을 머리 위로 올려 엑스(X)자를 긋는 행위로 정부를 비판했다.
2일 수도 아디스아바바 남동쪽에 있는 비쇼프투에서 열린 이레차 축제(추수감사절) 때 일어난 오로모족 반정부 시위를 경찰이 진압하는 과정에서 압사 사고가 일어났다. 경찰이 오로모족 시위대 수천명에게 고무총탄과 최루탄을 발사했고, 시위대가 도망치는 과정에서 압사한 이들이 속출했다. 경찰이 실탄을 발사했다는 주장도 있다. 에티오피아 정부는 “시위로 52명이 숨졌다. 이레차 축제가 일부의 폭력으로 방해를 받았다”며 참사 원인이 시위대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야당인 오로모연방의회 의장인 메레다 구디나는 <아에프페>(AFP) 통신에 “현장에 있던 사람들에 따르면, 숨진 이는 100명이 넘는다”고 말했다. 이날 축제 현장에서 오로모족 시위대는 리우올림픽 마라톤에서 은메달을 딴 릴레사처럼 팔을 엑스자로 그어 정부에 항의했다.
에티오피아의 페이사 릴레사가 지난 8월21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마라톤에서 은메달을 딴 뒤 시상대에서 두 팔을 엇갈려 엑스(X)자를 그려 보이고 있다. 릴레사는 “에티오피아 정부의 폭력적인 진압을 반대하는 의미다. 나는 평화적인 시위를 펼치는 반정부 시위대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리우/AP 연합뉴스
에티오피아 반정부 시위 배경은 부족간 갈등과 오랜 내전에 있다. 지난 1991년 에티오피아국민혁명민주전선(EDRF)이 내전 끝에 옛 소련 지원을 받았던 멩기스투 정권을 몰아내면서, 지금의 에티오피아 정부가 탄생했다. 에티오피아국민혁명민주전선은 외형적으론 여러 부족이 참여하는 형태지만, 주도권은 북부 티그레족 반군 단체였던 티그레국민해방전선(TPLF)이 쥐고 있다. 지난 2015년 총선 이후엔 야당 의원이 단 1명도 없다.
전체 인구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최대 부족인 오로모족은 이에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정부는 아디스아바바 주변 오로모족 거주지역인 오로미아를 수도에 강제 편입시키려다가 오로모족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혔다. 당시에도 정부가 유혈진압에 나서 최소 75명이 숨졌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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