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지디족 인권운동가 나디아 무라드가 10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의 유럽연합 의회에서 열린 바츨라프 하벨 인권상을 수상한 뒤 상패를 들어보이고 있다. 무라드는 이슬람국가(IS) 성노예 피해 여성으로 이슬람국가로부터 탈출한 뒤, 이슬람국가가 저지른 집단학살과 성범죄를 알리며 국제사회에 이들의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스트라스부르/EPA 연합뉴스
이슬람국가(IS) 성노예 범죄 피해자인 야지디족 여성 나디아 무라드(23)가 바츨라프 하벨 인권상을 받았다. 하벨 인권상은 체코 민주화 운동을 벌였던 하벨 전 체코 대통령을 기려 유럽연합(EU) 의회가 지난 2013년부터 수여하는 상이다.
무라드는 21살 때인 지난 2014년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가 이라크 북부 신자르 인근 코초 마을을 습격했을 때, 이슬람국가에 끌려갔다. 무라드는 3개월 동안 이슬람국가 대원들에게 성폭행 같은 성범죄를 당하다가, 이슬람국가가 점령한 이라크 모술에서 탈출해서 독일로 왔다. 이슬람국가 대원들은 여자들이 탈출하지 못하도록 신발을 빼앗았는데, 무라드는 우연히 버려진 신발을 발견해 감춰뒀다가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탈출했다. 탈출 뒤 무라드는 이슬람국가가 야지디족 여성들을 성노예로 삼고 있는 실상을 폭로했으며, 인권운동을 벌이고 있다. 무라드는 올해 노벨평화상 후보로도 거론됐으며, 지난달 인신매매 희생자를 위한 유엔 친선대사로 지명됐다.
무라드는 10일 유럽연합 의회가 있는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한 수상 소감(
https://vodmanager.coe.int/coe/webcast/coe/2016-10-10-2/en)에서 국제 사회가 이슬람국가의 범죄를 처벌해달라고 촉구했다.
야지디족은 이라크 북서부 니네베주에서 50만명 가량이 살고 있는 소수 민족으로 고대 페르시아 종교인 조로아스터교 계열 종교를 믿는데, 이슬람국가가 지난 2014년 이라크 북서부를 점령하면서 야지디족을 ‘우상 숭배자’ 로 몰아 야지디족을 학살하고 여성들을 성노예로 끌고 갔다. 2014년 이슬람국가가 납치한 야지디족 여성 숫자가 5000명에 달하고 이중 3000명은 아직 붙잡혀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무라드는 이슬람국가가 야지디족에게 한 짓은 “제노사이드(집단학살)”였다며 “그들(이슬람국가)은 우리에게 우리 신앙을 거부하라고 강요하고 우리를 불신자로 간주했다. 남자들을 죽이고 여자들은 노예로 삼고 아이들은 테러리스트로 만들기 위해 유괴했다”고 말했다. 무라드는 이슬람국가가 “체계적 성노예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해 8살에 불과한 소녀도 납치했다고 말했다. 무라드는 “나는 성폭행을 당한 그 나이 또래(8살 가량) 어린 소녀를 만난 적이 있다. 성폭행이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아이들이었다. 가족 모두를 잃은 사람들을 만난 적도 있다”고 말했다. 무라드는 “나도 가족 중 18명이 이슬람국가에 살해됐거나 노예가 됐다”고 말했다.
무라드는 이슬람국가에서 탈출한 내용을 반복적으로 이야기하는 자체로도 힘이 든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내가 지금 말하고 있는 순간에도 고향에서는 여자들이 성폭행을 당하고 있다”며 “여자들이 풀려나서 일상으로 돌아갈 때,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처벌을 받을 때, 나도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다”고 말했다.
무라드는 “나는 연설을 하거나 세계 지도자들을 만나도록 자라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어느날 헤이그 (국제형사재판소)에 우리를 학대한 사람들이 서 있는 모습을 볼 때, 그리고 그들이 우리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세계에 알리게 될 때까지 나의 활동을 계속하겠다”며 “그러면 우리 공동체가 치유를 받을 수 있다. 그리고 나는 여러분 앞에 서는 마지막 소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무라드는 이슬람국가를 집단학살과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 등으로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한 상태이며, 헐리우드의 유명 배우인 조지 클루니의 아내인 아말 클루니가 변호를 맡고 있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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