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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트럼프 시대 ⑤] IS 격퇴 외치며 “반군 지원 중단”…중동 불안 커진다

등록 2016-11-16 17:03수정 2016-11-16 21:53

[트럼프 시대 ⑤] 흔들리는 미국 중동 정책

경제이익 극대화, 군사개입 최소화
‘친 러시아’ 하려니 시리아 접근 꼬여
불확실성·갈등 더욱 부추길 우려

‘이란 핵 합의’ 부정 땐 대혼란 가능성
친이스라엘 편향, 이-팔 분쟁 격화 위험
미국은 유럽과 함께 중동을 외교·안보 및 경제 정책에서 ‘사활적 이해’가 걸린 지역으로 꼽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의 중동 정책은 ‘경제적 실익의 극대화’와 ‘군사적 개입의 최소화’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트럼프는 버락 오바마 정부의 중동 정책이 실패작이라고 비난해왔으나, 정작 트럼프의 외교 공약 가운데 ‘중동 정책’만큼 불확실하고 부실하며 자주 번복된 것도 없다. 분명한 건 그가 공언한 몇몇 정책이 그대로 실현될 경우 중동 지역의 불안정과 갈등은 한층 더 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 시리아·이슬람국가

“우리가 맨 먼저 해야 할 일은 시리아(사태의 해법)를 생각하기 전에 이슬람국가(IS)부터 제거하는 것이다. 내게 아사드(시리아 대통령)는 그 다음이다” 트럼프 당선자는 선거운동이 막바지로 치닫던 지난달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슬람국가 격퇴’는 그의 중동 정책 중 유일하게 일관된 주장이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해선 밝힌 게 없다.

더욱이 그의 ‘이슬람국가 격퇴’ 주장은 자신의 시리아 개입 반대 입장과도 상충되는 데다, 시리아에서 러시아와 아사드 정권의 입지만 넓혀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당선자는 지난 11일 <월스트리트 저널> 인터뷰에서 “우리는 그들이 누군지 모른다”며 시리아 온건파 반군에 대한 미국과 서방의 지원을 중단할 뜻을 밝혔다. 그는 또 “지금은 러시아가 시리아와 완전히 동맹 관계이며, 우리에겐 우리 때문에 강해지고 있는 이란이 있다”고 말했다. 시리아 문제는 러시아에 맡기고, 미국은 이란 견제로 눈을 돌리겠다는 뜻이다. 이는 그가 표방해온 ‘친 러시아’ 정책과도 맥이 닿지만, 시리아 국민의 고통에 눈감고 바샤르 아사드 정권의 전쟁범죄를 용인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앞서 꼭 1년전인 지난해 11월 그는 테네시주 녹스빌 유세에서 미국의 ‘난민 수용’에 반대하면서 시리아에 ‘세이프 존(안전지대)’ 설치를 제안한 바 있다. “내가 선호하는 건 세이프 존, 뭐가 됐든 사람(난민)들이 살 수 있는 크고 멋진 세이프 존을 만드는 거다. 그러면 사람들은 더 행복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난민들이 새로운 정착지에서 그 나라 언어를 배우는 건 우스꽝스럽고 불행하다”고도 했다. 시리아 난민들이 국외로 탈출하지 못하도록 시리아 영토 안에 봉쇄 구역을 만들겠다는 뜻이다. 이조차도 구체적인 복안이라기보다 즉흥적 선동에 가까워보인다.

지난해 10월 러시아를 전격 방문한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6S들어서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개인 홈페이지 갈무리.
지난해 10월 러시아를 전격 방문한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6S들어서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개인 홈페이지 갈무리.

■ 이란 핵협상 합의

“이란 핵 협상 합의는 재앙이며 최악의 거래다. ‘핵 홀로코스트’로 이어질 수 있다.”

트럼프 당선자는 지난 3월 미국 정·재계에서 영향력이 막강한 로비 단체인 미국이스라엘공공정책위원회(AIPAC)에서 한 선거 유세에서 “내가 (당선하면) 할 최우선 순위는 손해가 재앙적인 이란 핵 합의를 해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안보리 상임이사 5개국과 독일 등 주요 6개국(P5+1)이 이란과 18개월이나 팽팽한 줄다리기를 한 끝에 지난해 7월 최종협상에 합의하고 올해 1월 발효한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을 단숨에 뒤집겠다는 선언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3월 미국이스라엘공공정책위원회(AIPAC)에서 선거 연설 중 “이란 핵협상 합의 폐기”를 주장하고 있다. <CNN> 방송 화면 갈무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3월 미국이스라엘공공정책위원회(AIPAC)에서 선거 연설 중 “이란 핵협상 합의 폐기”를 주장하고 있다. 방송 화면 갈무리
트럼프는 지난 9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와 첫 티브이(TV) 토론에서 “당신이 (국무장관 시절에) 이란 핵 협상을 시작했다. 이란은 10년이 지나면 핵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공격했다.“질식해 가는 이란을 메이저파워로 만들어 준 것이 이란 핵 협상이었다”고도 했다.

그는 이란 핵개발 저지를 위한 재협상을 벌여 더 유리한 결과를 끌어내겠다고 공언해왔다. 그러나 협상의 구체적 목표와 내용, 방법은 뚜렷이 밝힌 게 없다. 더욱이 이란핵 협상 타결 전에는 서방의 이란 제재가 미국 기업들의 영업활동을 방해한다고 비난하는 자기 모순적 발언도 했다.

트럼프가 이란 핵 합의를 전면 폐기하지는 못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유엔안보리가 만장일치로 승인한 다자간 합의인데다, 이란 경제제재 해제로 이미 수많은 기업들이 투자와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어서다. 핵 합의 폐기는 이란 내부에서도 ‘핵 동결’에 불만인 강경파에 힘을 실어줄 우려도 있다.

■ 수니파 3국 ‘반테러’ 삼각동맹

트럼프 당선자의 실리추구형 외교는 미국이 그동안 독재와 인권 유린을 비판해온 중동의 친미 정부들과 다시 끈끈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영국의 중동 전문가인 질베르 아슈카르 런던대 교수는 최근 <알자지라> 방송 웹사이트에 실린 기고에서 “트럼프는 이집트의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과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도 관계 개선을 바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는 또 터키와 이집트의 불편한 관계를 ‘테러리즘과의 전쟁’이라는 공동 명분 아래 화해시키고, 이란과 앙숙인 사우아라비아를 함께 끌어들여 ‘수니파 국가 삼각동맹’을 구축할 수도 있다. 터키와 이집트, 사우디는 미국의 전통적 맹방이었으나, 최근 몇년째 독재와 인권 탄압 때문에 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와 불편한 관계였다. 터키의 집권 정의개발당도 현재 이집트의 엘시시 정부가 탄압하는 이슬람형제단과 매우 가까운 이유로 이집트와 사이가 좋지 않다.

■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트럼프는 이스라엘의 진정한 친구다.” 트럼프가 당선되자 마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한 말이다. 차기 미국 정부와 이스라엘의 관계가 어떨지를 한마디로 보여준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은 뿌리 깊은 ‘중동의 화약고’다. 국제사회는 1993년 합의한 오슬로 협정을 통해 ‘2민족 2국가’ 해법을 제시하고 있지만 트럼프는 이를 무시한다. 트럼프의 중동정책 자문관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요르단강 서안 지구에 건설해온 유대인 정착촌이 불법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현재 텔아비브에 있는 미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겠다고도 했다. 동예루살렘을 향후 독립국가의 수도로 생각하는 팔레스타인의 염원을 정면으로 부정한 것이다.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교육부 장관은 “트럼프의 당선은 팔레스타인 독깁국가라는 꿈을 포기하게 만들 기회”라는 말까지 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 기름을 끼얹는 주장이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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