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내전의 상징적 전장이던 알레포가 시리아 정부군에 의해 함락됨으로써, 시리아 내전이 중대한 기로에 접어들었다. 러시아 및 이란-시리아 정부-헤즈볼라의 ‘이슬람 시아파 연대’가 시리아 내전뿐 아니라 중동 전체에서 세력을 넓힐 것으로 예상된다. 시리아 내전 역시 더 격화될 수 있다.
■ 알레포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2011년 봄 시리아에서 바샤르 아사드 대통령 정부를 반대하는 민주화시위가 내전으로 바뀌던 초기, 알레포는 상대적으로 평온한 도시였다. 하지만 2012년 7월부터 알레포는 반군들의 집중 공세를 받는 최대 전장으로 변했다. 알레포가 상업과 금융산업 중심지인데다 시리아의 다양한 민족, 종파들이 섞여 사는 최대 도시였기 때문이다. 또 알레포는 시리아 내전 3대 세력인 아사드 정부군, 친서방 반군, 이슬람국가(IS) 영역이 접하는 곳인데다, 터키와 이라크로 이어지는 요충지였다.
그 후 4년이 지난 현재까지 알레포에서는 약 25만명의 시민이 고립된 가운데 정부군과 반군의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며 지금까지 3만1천여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알레포 동쪽은 반군이, 서쪽은 정부군이 점령하며 전황은 교착됐다. 하지만 올해 중반 러시아 공군력의 지원을 받는 정부군의 공세가 시작되며 바뀌었다. 러시아의 공습은 참혹한 민간인 피해를 야기해 국제적 비난의 대상이 되며 중단되기도 했다. 반군이나 정부군 모두 민간인의 피난을 막고서 그들을 방패삼아 피해는 더욱 늘었다.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의 교전을 피해 알레포 남부의 부스탄 알카스르 지역을 탈출한 주민들이 13일 알레포 동부 파르도스 지역에 도착하고 있다. 알레포/AFP 연합뉴스
■ 정부군 탈환과 인도적 재앙 정부군은 11월15일부터 다시 러시아로부터 공습을 지원받으며, 공세에 나서 결국 지난 13일 전후로 알레포를 사실상 탈환했다. 유엔은 13일 현재 알레포의 90%가 정부군 수중으로 들어갔고, 축소되는 동쪽의 반군 지역에 약 10만명의 민간인이 갇혀 있다고 보고했다. 반군들이 민간인의 피난을 막아, 이들은 식량과 연료가 바닥난 상태에서 아사 위기에 있다고 유엔은 강조했다. 병원 등 모든 기반시설도 파괴된 상태다.
정부군과 반군 진영이 러시아와 터키의 중재로 14일부터 실시하기로 합의한 휴전은 발효되지도 못하고 깨지면서 교전이 재개됐다. 미국 등 서방 쪽은 휴전 파기의 책임이 어디에 있든 간에 정부군이 민간인을 폭격한 것은 전쟁범죄라고 비난했다.
민간인 피해에 대한 국제적 비난이 고조되자, 러시아와 터키 등은 다시 중재에 나섰고, 하루 만인 15일 휴전 합의가 복원돼 반군과 주민들이 철수를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결정에 따라 알레포 반군과 그 가족 5000명이 알레포에서 철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버스 20대와 구급차 10대로 구성된 반군 일행은 러시아가 지정한 ‘인도주의 통로'를 이용해 이들리브로 이동하게 된다. 국제적십자사는 휴전 합의에 따라 환자 약 200명을 후송하고 있다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그러나 러시아·시리아군이 지정한 경로 밖에서 철수하려던 일부 반군 조직의 구급차는 시리아군의 총격을 받아 호송대원 1명이 숨지고 여러 명이 다쳤다고 시리아 현지의 러시아 분쟁중재센터가 밝혔다.
시리아 친정부군이 반군으로부터 탈환한 알레포 남부의 부스탄 알카스르 지역에서 13일 정찰활동을 벌이고 있다. 알레포/AFP 연합뉴스
■ 알레포 이후는? 정부군은 알레포 장악으로 내전에서 유리한 입지에 섰으나, 내전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아사드 정부군 진영이 시리아 전체 국토 중 차지한 영역이 면적으로는 5분의 1에 불과하다. 다만 대다수 인구가 사는 곳인데다 지중해로 통하는 핵심 지역들이다.
정부군의 알레포 장악은 사실상 러시아 및 이란-헤즈볼라 등 시아파 해외 무장세력들의 지원에 힘입었다. 아사드 정부의 러시아 및 이란에 대한 의존도는 더 커졌다. 이란 등 시아파 연대세력은 시리아에 확보한 입지를 더 굳히려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부군이 알레포 탈환 공세에 집중하는 동안 수니파 극단주의 세력인 이슬람국가(IS)가 팔미라를 재점령하기도 했다.
시리아 내전의 최대 변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차기 행정부의 행보다. 러시아와의 협력으로 시리아 내전을 종식하겠다고 밝히는 트럼프 당선자는 시리아에서 아사드 정부와 러시아의 기득권을 보장하고, 이슬람주의 무장세력의 격퇴에 나설 전망이다. 이 경우, 그동안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지원해온 친서방 반군의 입지는 더욱 축소된다.
이란 및 헤즈볼라 등 해외 시아파 세력 역시 변수다. 트럼프는 러시아와는 협력하겠다고 하나, 이란과는 핵협상 파기를 위협하는 등 극도의 반감을 보이고 있다. 이란은 트럼프 행정부와의 대결에서 유리한 패를 쥐기 위해 시리아에서 세력 확장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 분명하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 간의 알레포 전투가 13일 종료된 가운데 유서 깊은 알레포 올드시티(구시가지)의 유명 사원 우마이야 모스크가 처참하게 파괴된 모습을 하고 있다. 시리아 제2도시 알레포는 한때 산업·금융 중심지로 ‘시리아의 진주’로 불렸으나 이제는 파괴와 죽음으로 얼룩진 시리아 내전의 상징적 지역이 됐다. 알레포/AFP 연합뉴스
14일 밤 프랑스 파리의 상징 에펠탑이 시리아 알레포 희생자들을 기리며 조명을 끈 가운데 탑 정상에서 한 줄기 빛이 비치고 있다. 안 이달고 파리시장은 “알레포에 포위된 사람들을 지지하는 제스처로 이런 결정을 내렸다. 국제사회에도 다시 시급한 행동을 촉구하는 상징적인 조치”라고 말했다. 파리/EPA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