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15일 백악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정상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 미국의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추진 정책을 더이상 주장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수립은 팔레스타인 분쟁을 타결하기 위한 중동평화협정인 1993년 오슬로평화협정의 핵심 내용이다. 미국 등 국제사회가 팔레스타인 분쟁 해결책으로 지지해온 원칙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에서 열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두 개의 국가와 한 개의 국가(해법)를 살펴보고 있다”며 “양쪽이 좋아하는 것을 나는 좋아한다. 어떤 거라도 좋다”고 말했다.
오슬로 평화협정은 이스라엘과는 별개의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수립을 합의함으로서, ’두 개의 국가’ 해법이라고도 불린다. 트럼프의 이 발언은 미국이 20년 이상 추진해온 팔레스타인 분쟁 원칙에서 이탈하는 것으로, 팔레스타인 분쟁 해결을 위한 중동평화 구상이 안개 속으로 들어가게 됐다. 트럼프는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수립 정책을 대체하는 정책은 제시하지 못하고, 단지 더 큰 평화협정을 약속하고는 양쪽이 타협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수립을 포기하게 되면, 실질적으로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주민들이 이스라엘 관할 하에 들어가게 됨을 뜻한다. 팔레스타인 쪽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전혀 없다. 또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포괄하게 되면, 이스라엘은 자신들이 추구하는 유대인 국가로 규정할 수도 없게 된다. 현재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아랍 주민들의 인구 증가율은 유대인을 압도하고 있다.
트럼프는 현재 팔레스타인 평화협상의 최대 장애물인 서안 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스라엘의 정착촌 건설에 대해선 “조금 유예하는 것을 보고 싶다”고 말해, 이스라엘에 자제를 촉구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하겠다는 자신의 대선 공약은 실현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미국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은 예루살렘 관할권을 둘러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등 아랍국가들의 분쟁을 더욱 격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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