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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행복하다 행복해!”…기본소득 몇달새 확바뀐 케냐 극빈촌

등록 2017-03-01 21:03수정 2017-03-01 22:09

한 마을 220명 모두에 매달 2만5천원 지급
결혼지참금·염소 구입·잡화점…실질 효과
결식·음주·가정폭력 줄고 노동·창업 활발
케냐의 지폐와 동전들. 미국 저선단체가 한 마을 주민들에 현금을 지급하는 기본소득 실험이 기대 이상의 효과를 보이고 있다. 플리커 이미지
케냐의 지폐와 동전들. 미국 저선단체가 한 마을 주민들에 현금을 지급하는 기본소득 실험이 기대 이상의 효과를 보이고 있다. 플리커 이미지
올해부터 본격화한 기본소득 실험은 주로 경제선진국의 중앙정부 또는 지자체가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아프리카 케냐 서부의 한 극빈촌에선 미국의 한 자선단체가 지난해 가을부터 12년 장기 프로젝트로 기본소득을 지원하면서 상당한 변화를 이끌어 내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 매거진>이 최근 보도했다. ▶관련기사=핀란드 기본소득 실험 2개월, 어떤 변화?

미국의 ‘기브 디렉틀리(직접 주자)’는 지난해 10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아버지의 고향 코겔로 인근의 극빈촌 주민 220명 모두에게 앞으로 12년 동안 매달 2280실링(약 2만5000원)을 무조건 지급하는 ‘빈곤 종식’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신문은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마을 이름을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이 단체는 앞으로 기본소득 지급 대상을 40개 마을 6000여명의 성인으로 점차 늘려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이베이 등 미국 실리콘밸리의 대기업들이 기부한 2400만달러(약 335억원)이 케냐 기본소득 실험의 재원이다. 이들 기업은 기업의 사회책임과 인도주의적 지원 뿐 아니라 정보통신기술(IT)의 발전이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에도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케냐의 기본소득 지급은 2008년 영국 국제개발부와 이동통신업체 보다폰이 보급한 모바일폰 송금 서비스로 이뤄진다. 대다수 주민들이 거의 공짜에 가까운 싸구려 휴대폰을 갖고 있는 이유다. 현금 지급의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결식아동과 가정폭력이 줄어든 반면 정신건강 수준은 개선됐다.

케냐 수도 나이로비 외곽의 한 빈민촌 거리. 위키미디어 커먼스
케냐 수도 나이로비 외곽의 한 빈민촌 거리. 위키미디어 커먼스
주민 프레드릭 오몬디 아우마는 가난한데다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아내도 집을 나가버린 상태였다. 그러나 기브디렉틀리의 기본소득 지원은 그의 삶을 바꿔놓았다. 지원받은 돈으로 오토바이를 사 사람들을 태워주면서 돈을 모았다. 이어 잡화점과 이발소를 차렸고, 두 마리의 소를 사서 새끼까지 쳤다. 이제 그는 과음하지 않으며, 집을 나갔던 아내도 다시 돌아왔다. 주부 오디암부는 집에 양철지붕을 얹었으며, 결혼 지참금 빚도 갚을 생각이다. 8명 식구의 생계를 책임지며 기아에 허덕였던 파멜라 오데로는 이제 음식을 살 수 있다.

남편을 잃은 두 자매는 돈을 모아 친구들과 작은 은행을 차릴 계획이다. 이 집의 일꾼으로 사는 한 소년은 첫 기본소득이 지급됐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고 “난 행복해!”라는 말을 세 번이나 외쳤다. 그는 그 날로 염소 한마리를 샀다. 또다른 한 청년은 그물을 수선할 줄을 산 뒤, 배를 빌려 물고기를 잡겠다고 했다.

현재 국제 빈곤구제의 94%는 현금이 아닌 물건이나 서비스, 인프라 지원으로 이뤄진다. 글로벌개발센터의 공중보건 전문가인 어맨다 글래스먼은 “흔히들 빈자들에게 곧장 현금을 주는 것은 복지 의존성을 키운다고 우려한다”며 “사람들에겐 어린이의 입에 약을 넣어주는 장면이 훨씬 매력적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샌디에이고의 경제학자인 마이클 파예 교수는 “현금 없이 할 수 있는 것을 상상하기는 힘들다”며, 구호기구들이 나눠주는 식량이나 침구류, 운동기구들보다는 현금이 훨씬 가치 있다고 말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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