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이라크 모술에서 한 이라크군 병사가 이슬람국가 깃발이 그려져 있는 벽 앞에서 보초를 서고 있다. 모술/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교 목표로 제시하기도 한 이슬람국가(IS) 격퇴가 변곡점으로 들어서나?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시리아 정부군이 이슬람국가가 점령한 고대도시 팔미라에 다시 진입하고, 이라크 정부군도 이슬람국가의 이라크 최대 거점인 모술 서부지역 탈환을 벌이고 있는 등 이슬람국가의 시리아와 이라크 주요 거점이 함락을 앞두고 있다고 2일 외신들이 전했다. 팔미라와 모술이 함락되면, 이슬람국가는 사실상 수도격인 락까만 남게 되지만, 미군 쪽은 시리아 정부군이 락까도 곧 해방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이슬람국가 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가 이라크에서 패배를 인정했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시리아 정부군은 2일 러시아 공군력의 지원을 받으며 팔미라 서부 지역인 무타카딘으로 진공했다고 런던에 본부를 둔 시리아인권관측소의 라미 압델 라만이 독일 <데페아>(dpa) 통신에 전했다. 이슬람국가는 고대 로마 유적 등이 산재한 팔미라를 2015년 점령했다가가 밀려난 뒤 2016년 말 재점령했다.
이라크에서는 이라크 정부군의 공세로 이슬람국가의 전략 거점인 모술 서부 지역 함락이 임박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라크 정부군은 2일 모술 도심과 서부 지역을 잇는 도로를 차단하는데 성공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보도했다. 모술 서부는 인구 밀집지역으로, 그 함락은 2년 동안 지속된 이라크 내 이슬람국가 통치 종식 상징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라크 정부군은 지난해 10월17일부터 모술 탈환 공세를 펼쳐왔고, 지난달 25일부터는 모술 서부를 집중공략했다.
이라크와 시리아 내 이슬람국가 대원들의 수도 격감했다고 미군 쪽은 전했다. 이라크에서 이슬람국가 격퇴전을 지휘하는 미군 사령관 스티븐 타운센드 중장은 1일 워싱턴에서 기자들과의 통화에서 이라크와 시리아에 남은 이슬람국가 전투대원들의 수가 1만2천~1만5천명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미 국방부는 지난해까지 그 수가 2만~3만명에 이른다고 평가했다. 타운센드 중장은 최근 이슬람국가 격퇴전을 통해 수천명의 이슬람국가 대원들이 사살됐고, 이후 보충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슬람국가 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의 측근 거의 모두가 최근 6개월새 사망했다”면서도, 모술에는 아직 2천여명의 이슬람국가 대원들이 저항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슬람국가의 최대 거점들이 함락 위기에 처하자, 지도자 바그다디가 패배를 인정하고 퇴각을 명령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아랍권 위성방송 <알아라비야>는 1일 이라크의 알수마리야 텔레비전은 이라크 니네베 주의 소식통들을 인용해 바그다디가 지난달 28일 이슬람국가 성직자들과 설교자들에게 배포한 ‘고별 성명'에서 이라크에서 패했음을 시인했다고 전했다. 그는 추종자들에게 도주 또는 은신하거나 자살공격을 감행해 스스로 목숨을 끊으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행방이 묘연한 바그다디의 성명은 진위가 확인되지 않았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